[전국체전] 주제 뚜렷하고 문화 흐르는 개막식

중앙일보

입력

"구태의연한 백화점식 개막행사를 탈피해 주제가 분명하고 문화가 흐르는 체전 개막식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부산에서 열리는 제81회 전국체육대회 개막식 연출을 총지휘한 이윤택(48.연극연출가)씨가 이번 행사를 기획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이다.

연극계에서 명연출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이씨는 시나리오, 드라마 대본, 신문 칼럼을 쓰는 외에 무용과 이벤트 연출에도 손을 대 주위에서 '전방위 예술가' 또는 '문화 게릴라'로 불린다.

이씨가 연출한 연극 '오구'와 '어머니'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췄다는 호평을 받으며 관객 동원에서도 대성공을 거뒀고 현재는 2000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주제공연도 맡았다.

개막식에서 이씨가 내세운 주제는 '동서화합과 남북공존을 통한 통일의 길'.

이에 따라 항도 부산의 이미지에 걸맞게 향토색과 국제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새로운 공연요소들을 개막식 시작부터 끝까지 물흐르듯 이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식후 행사에서 선보이는 총체극 '부산가'와 창작 용놀이는 이러한 이씨의 연출의도를 잘 나타내준다.

이씨는 "원산.함흥 등 이북 상인들과 외국인들이 모여들던 개항 당시 부산을 배경으로 한 부산가에서 통일에 대한 염원과 국제도시 부산의 과거를 동시에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가에 이어지는 용놀이는 올해가 용의 해일뿐만 아니라 부산이 용두산, 용요산, 용미산으로 둘러싸인 '용의 도시'라는 점에서 개막식 최고의 행사로 기획했다는 설명.

천편일률적인 군사문화를 지양한다는 의미에서 식전개막 행사로 매년 열리던 매스게임을 없애고 젊은 세대를 겨냥한 '사이버힙합체조'를 집어넣은 것도 이례적이다.

경남 밀양의 연구실에서 문화 관련 연구에 빠져 있는 이씨는 개막 행사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몇번이나 거절했지만 부산 공무원들의 '삼고초려'에 감동, 결국 수락했다.

"부산시에서 예술적 상상력에 대한 자유를 보장하지 않았더라면 개막 행사를 맡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씨는 "이번 체전 개막식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행사가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부산=연합뉴스) 체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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