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빈집털이범은 벨을 네 번 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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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딩동~ 딩동~ 딩동~ 딩동~’.

 정모(28)씨는 지난해 11월 4일 오후 8시30분쯤 서울 반포동 다세대주택의 박모(36·여)씨 집 초인종을 한 시간 동안 15분 간격으로 모두 네 번을 눌렀다. 안쪽에서 인기척이 없자 정씨는 열린 창문을 타고 들어가 박씨 집에서 외화 1500유로(약 220만원)를 훔쳐 나갔다.

정씨는 빈집털이범이었다. 2009년 9월부터 최근까지 서울 강남북을 오가며 20차례 1억원어치의 금품을 훔쳤다. 주택가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벨을 눌러 빈집인 것으로 확인되면 열린 창문으로 들어가거나 절단기로 창살을 자르는 수법을 사용했다.

 정씨의 범행은 지난 12일 들통났다. 당시 서울 화곡동 일대에서 빈집을 찾기 위해 평소처럼 초인종을 누르다 안에서 자고 있던 집주인이 이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했던 것이다. 정씨는 “친구 집을 찾고 있다”고 둘러댔지만 ‘왜 손전등과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을 갖고 있나’라는 경찰의 질문에 답하지 못해 결국 꼬리가 잡혔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정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절도 혐의로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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