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천 정비, 생태사업이냐 환경파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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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거창시외버스터미널 앞 위천에 수문 개폐가 가능한 가동보를 설치한 모습.(조감도)

7일 오후 경남도청에 거창 농민회·YMCA·전교조 등으로 구성된 ‘자연과 사람이 어울리는 위천 만들기 주민대책위원회’ 관계자 10명이 몰려왔다. 거창군이 추진하는 ‘위천 생태하천조성사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이름만 생태하천이지 하천을 인위적으로 너무 많이 바꾸는 반생태적 하천사업”이라며 하천기본계획 변경안의 재심의를 경남도에 요구했다. 현장실사가 없는 졸속 심의라는 주장이다. 대책위는 기자회견 뒤 허성무 정무부지사를 만나 같은 요구를 했다.

 문제의 위천 생태하천 조성사업은 거창군이 거창읍을 가로지르는 위천의 상림리(건계정교)~대동리까지 5㎞ 구간(둔치 포함 너비 100m)을 정비하는 사업이다. 위천의 활용방안을 연구한 끝에 군민들에게 부족한 친수공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시작했다.

 이 사업은 국토해양부의 ‘하천환경 조성사업’에 선정돼 국비 83억4100만원, 도비 27억8000만원을 지원받는다. 군비를 포함해 총 139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사업내용을 보면 높이 0.9~1.5m짜리 가동보 3개, 길이 45m 너비 1.5~10m의 유선형 어린이 물놀이장,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 쉼터, 실개천 등을 조성하는 것으로 돼 있다. 완공은 2014년 12월. 거창군은 사업 초기에 수중 분수대 설치를 계획했지만 사업비가 많이 들고 유지관리에 어려움이 많다고 판단해 제외했다.

 거창군은 지난해 11월 이 같은 내용의 하천기본계획 변경안을 마련해 경남도·국토해양부의 승인을 받았다. 오는 3월 착공한다.

 하지만 대책위의 반대가 강경하다. 대책위는 하천 경사가 심한 산지하천의 특성상 큰 바위가 휩쓸려 올 수 있어 재난 위험이 크 다고 주장했다. 또 갈수기에 수질이 급격히 나빠지면 가동보 건설로 물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져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거창군이 주민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했다.

 최성식(42) 대책위 사무국장은 “인공 경관 조성에 치중한 나머지 치수 안전성을 해치고 생태계 파괴를 초래할 난개발의 전형이자 예산낭비 사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위는 거창군의 공사강행에 맞서 반대 운동을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이에 대해 안장근 거창군 하천관리담당은 “주민설명회,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하천기본계획 변경안을 마련해 승인받았고 대책위가 지적하는 문제점을 충분히 보완해 사업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상부기관의 승인까지 받은 마당에 사업계획 취소와 변경이 불가능하고 대책위가 군민 다수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도 아니어서 공사를 강행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가동보=가뭄 또는 홍수, 용수공급, 퇴적토 배출을 위해 문짝을 움직여 조절이 가능한 보를 말한다. 고무보와 강제전도식 보가 있다. 고무보는 고무 튜브의 팽창과 수축을 이용해 물 흐름을 조절한다. 강제 전도식 보는 수문 하단을 회전시켜 높낮이를 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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