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벨 “북·미 관계 새로운 장 열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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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커트 캠벨(사진)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9일(현지시간)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할 의지를 보인다면 북·미 관계에 ‘새로운 장(New Chapter)’을 열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헨리 스팀슨센터가 주최한 아시아 정책 좌담회에서다.

 특히 캠벨 차관보는 “핵 문제를 다루기 위한 새로운 장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공식·비공식 채널을 통해 (북한에) 명확하게 밝혔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대북 공식·비공식 채널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이 발언은 캠벨 차관보가 지난해 12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2005년의 6자회담) 9·19 공동성명과 국제법규를 준수하겠다는 결정만 내린다면 (북한에) 생산적인 결과를 가져올 깜짝 놀랄 만한 정책을 준비 중”이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주목할 건 발언 시점이다. 김정일 사망 직전 북·미 간에는 물밑 조율이 진행되고 있었다. 북한이 비핵화의 구체적 조치를 취하는 대신 미국은 식량 지원을 긍정 검토하는 방안이었다. 그 와중에 김정일이 사망했고, 북한은 김정은 후계 체제의 조기 안착이라는 절대 과제를 떠안게 됐다. 그런 북한을 향해 캠벨은 “전에 한 약속이 무효가 아니다”는 취지의 신호를 보냈다.

 캠벨 발언은 17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3자협의의 결론이기도 하다.

임성남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협의가 끝난 뒤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한국과 미국의 메시지는 북한만 응한다면 대화 프로세스가 당장이라도 가동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문제는 북한의 내부 상황이다. 캠벨은 “현재로선 북한 새 지도부의 근본적인 특징에 대해 분명하게 규정하기 이르다”며 “북한 내 권력 승계와 새 정부의 정책적 우선순위가 어떻게 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중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공이 김정은의 북한에 넘어가 있는 셈이다.

 ◆중국, 라면 지원=중국 홍십자회(한국의 적십자사)는 16일 북한에 30만 위안(약 5400만원)어치의 라면을 보냈다고 밝혔다. 홍십자회는 라면 6000상자를 대형트럭 두 대에 싣고 압록강 대교를 넘어가 신의주에서 북한 적십자회에 인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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