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기업 채용 확대의 불씨를 살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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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삼성그룹이 올해 47조8000억원을 투자하고 2만6000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년 대비 투자액은 12% 늘고, 고용은 4%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 증가율에 못 미치는 고용 증가율에서 ‘고용 없는 성장’을 다시 한번 확인하지만, 그래도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이에 앞서 LG그룹과 SK그룹도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투자와 채용 확대 청사진을 내놓았다. 올해 경제성장 전망이 3%대 중반에 머물고, 어려운 대내외 경제상황 속에서도 대기업들이 나름대로 고용 문제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청년 실업문제를 풀기 위해 고졸(高卒) 채용에 적극적인 점도 돋보인다.

 통계를 보면 우리 고용시장은 2010년 가을에 바닥을 쳤다. 지난해 10월에는 신규 취업자가 50만 명을 넘어설 만큼 호전됐다. 실업률은 9년 만에 2%대로 떨어졌다. 박재완 재정경제부 장관이 반가운 나머지 ‘고용 대박’이라 표현했다가 뭇매를 맞았지만, 사실 억울한 측면이 있다. 지금의 청년 실업 문제는 후행적(後行的)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 수준에서 매년 신규 일자리는 32만 개 이상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2005년부터 30만 명을 밑돈 신규 취업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에 14만5000명으로 반 토막이 났다. 여기에다 2009년에는 아예 신규 취업자가 마이너스 7만2000명으로 떨어졌다. 이때 결정적으로 누적된 청년 실업 문제가 여태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올해 고용시장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불행히도 신규 일자리가 26만 개로 떨어질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대부분이다. 지난 2년간 32만 개를 웃돈 것과 딴판이다. 그만큼 어려운 고용 사정을 각오해야 한다. 따라서 올해는 고용 증가세의 탄력을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용의 질(質)은 그 다음에야 따질 문제다. 다행히 연초부터 대기업들이 고용 확대에 앞장서고 있다. 멀리 내다보고 내린 현명(賢明)한 결정이다. 정부도 규제 완화에 팔을 걷어붙여 화답해야 할 것이다. 올해 신규 일자리가 적어도 32만 개를 넘어서야 우리 사회가 한숨을 돌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