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공회전 대구선 안 됩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지난 11일 오후 대구시 남구 신천대로 상동교 앞. 수성구로 가려는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신호 대기 중이다. 차량마다 배기가스가 연기처럼 피어오른다. 대기 시간 동안 엔진을 끄는 차량은 보이지 않는다. 차량이 밀리는 곳 어디에서나 마찬가지다. 회사원 김형수(40)씨는 “연료를 절약하고 대기오염도 막기 위해 잠시 시동을 끄고 싶지만 번거로워 잘 안 된다”고 말했다.

 대구시가 차량 엔진 공회전 줄이기에 나선다. 자동차가 주행하지 않는 동안 시동을 끄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서울·대전에 이어 대구에도 ‘자동차 공회전 제한장치’를 보급하기로 했다. 설치 대상은 시내버스 30대, 택시 50대, 1t 화물차 20대 등 모두 100대다. 자동차 공회전 제한장치는 신호 대기 중 일정시간이 경과하면 시동이 꺼지는 시스템이다. 출발할 때 브레이크를 밟으면 다시 시동이 걸린다. 이 장치는 차종에 따라 80만∼100만원이다. 시는 다음달 희망자의 신청을 받아 설치비를 지원한다. 시내버스는 한 대당 50만원까지, 나머지는 설치비의 절반을 지급한다. 장치는 지정된 정비업소에서 설치하면 된다. 공회전 제한장치는 브레이크와 속도계에 소형 센서를 부착하는 것으로 설치가 간단하다. 브레이크가 작동하고 속도가 0이 되면 2∼3초 만에 엔진이 꺼진다.

 시가 공회전 제한장치를 보급하는 것은 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서다. 지구온난화가 갈수록 심해지는 만큼 차량의 연료 소모량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에 따르면 이 장치를 달 경우 질소산화물 등 환경오염물질을 7∼17% 줄일 수 있다. 운전자에 따라 연료 절감효과도 5∼15%에 이른다. 연료 절감률을 10%로 잡을 경우 한 달에 연료비로 25만원을 쓰는 운전자의 경우 3년 정도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잦은 시동으로 스타터 모터와 배터리의 수명이 다소 짧아지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현재 이 시스템은 환경부의 승인을 얻은 국내 4∼5개 업체에서 보급하고 있다. 이들 업체에 의뢰하면 일반 승용차에도 부착이 가능하다. 자동차시민연합 임기상(54) 대표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서는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해서라도 설치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는 공회전 단속도 강화할 계획이다. 공공 주차장과 유통업체의 실내 주차장 등 대구의 공회전 제한지역 205곳에서 구·군청과 함께 단속을 벌이기로 했다. 대구시 대기환경개선 및 지원조례는 공회전 제한지역에서 휘발유 차량은 3분 이상, 경유 차량은 5분 이상 공회전을 할 경우 5만원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