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부딪쳐라 … 오지에 직원 내보내는 S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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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SK네트웍스의 무역투자(TNI) 부문에서 근무하는 박재영(32) 대리는 지난해 7월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프리카 땅을 밟았다. SK네트웍스가 최초로 실시하는 해외지역전문가 육성 프로그램에 자원해 선발대로 뽑힌 것이 계기였다.

방문지는 가나·케냐·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정해져 있었지만 주어진 임무는 없었다. “아프리카와 친해져서 돌아올 것”이라는 주문뿐이었다.

이창규(56) SK네트웍스 사장은 해외지역전문가 육성 프로그램을 정식으로 실시하기 전인 지난해 중남미와 아프리카 지역에 두 명의 선발대를 먼저 보냈다. 그리고 그들에게 “업무분야에 얽매이지 말고 두루 보고 와라. 지금 쓸 것보다 미래 먹거리를 찾아보라”고 당부했다.

 박 대리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SK’는 생소한 회사라 맨몸으로 부딪치는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챙겨간 회사 브로슈어를 들고 무작정 현지 회사를 찾아다녔다. 길을 걷다 간판을 보고 회사를 찾아가거나 전화번호부를 보고 연락해 미팅을 잡는 일도 있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갔을 때는 와이너리를 방문하기도 했다.

6개월간의 프로그램을 마치고 지난주에 귀국한 박 대리는 “처음이라 다소 몸으로 부딪친 면도 있지만, 회사 내부적으로 전혀 몰랐던 시장을 돌아보며 현지 인맥을 쌓고 문화를 경험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SK네트웍스가 박 대리와 같은 해외지역전문가 300명을 키우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 앞으로 5년간 라오스·에콰도르·칠레 등 SK네트웍스가 진출하지 않은 50개국에 300명의 직원을 보낼 계획이다.

연수기간은 국내 사전준비기간(3개월)과 현지연수(6개월)를 포함해 총 9개월이다. 연수내용은 그야말로 ‘자유주제’다. 연수자들이 해외 경험이 풍부한 멘토 임원과 상의해 알아서 일정을 짠다. 현지 언어를 배우고 문화를 경험하거나, 인적 네트워크를 쌓는 등 미개척 국가의 모든 것을 경험하고 오면 된다.

 SK 네트웍스가 해외지역전문가를 키우자고 나선 데는 ‘해외시장 개척’에 대한 최태원(52)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최근 최 회장은 “200일 이상 해외에서 뛰겠다”며 글로벌 현장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또 해외 자원개발과 관련해서도 “자원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나가 자원을 확보하고 자원협력에 나서야 한다”며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SK네트웍스는 젊은 직원들의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향후 해외사업을 원활히 할 수 있게끔 거점기지를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이번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육성한 해외지역전문가는 앞으로 관련 국가에서 프로젝트를 실시할 때 우선적으로 투입해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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