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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초는 건강검진 시즌이다. 여기저기서 건진 결과표를 받아들고 희비가 엇갈린다. 비싼 검사를 받았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다며 갸우뚱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너무 싼 검사를 받은 뒤 뒤늦게 괜찮을까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받고 있는 검사가 좋은 건지, 적당한 간격으로 받고 있는 건지도 궁금하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정태섭(사진) 교수에게 건강검진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들어봤다.
-건강검진은 얼마 간격으로 받는 게 좋은가. 젊은 나이에도 정기검진이 필요한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20~30대 초년병이라면 위와 간 검사는 받아 보는 게 좋다.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식생활, 갑작스러운 음주 등으로 위 관련 질환 위험이 높다. 건강검진을 받은 10명 중 6명꼴로 위염이 발견된다고 한다. 위염을 방치하면 위궤양·위암으로 진행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간 검사도 중요하다. 특히 남성은 젊은 나이 때 방치한 간염이 간경변·간암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간암은 통증이 말기에 나타나기 때문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30대부터 간초음파·혈청알파태아단백검사 등을 하기를 권한다. 여성의 경우 자궁·갑상샘·유방암 검사가 필수다.
-중장년층은 어떤 검사를, 얼마 간격으로 받아야 하나.
“40~50대부터는 암 발생 위험이 현저히 높아진다. 남성의 경우 위·간 검사는 매년, 대장 검사는 3~5년에 한 번씩 받는다. 특히 간 검사가 필수적이다. 40~50대 남성 사망 원인 1위가 간암이다. 대장암은 다른 암보다 비교적 천천히 진행해 3~5년 간격으로 받아도 무난하다고 본다. 여성 또한 대장암 검사가 필수다. 서구식 식습관으로 여성 대장암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역시 3~5년에 한 번씩은 받기를 권한다. 심혈관질환도 급격히 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암은 6개월 만에도 말기로 진행될 만큼 진행속도가 빠르지만 심혈관질환은 10여 년 이상에 걸쳐 서서히 나빠진다. 심혈관질환(뇌졸중·심장병 등)과 관련된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은 50대 이후부터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 단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40대 초부터 받는 게 좋다.”
-아무래도 비싼 건진이 좋은 건가.
“그렇진 않다. 최근 1000만원을 호가하는 건강검진도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MRI·CT·양전자단층촬영(PET) 등 최고가 검진이 모두 포함된 건강검진 프로그램도 실은 500만원 정도면 충분하다. 나머지는 서비스 비용일 것이다. 예컨대 숙박을 한다든가, 좀 더 좋은 대기실에서 기다린다든가, 설명을 좀 더 오래 들을 수 있다든가 하는 서비스가 다른 것이지 본질적인 검사비용과는 거리가 멀다.”
-아주 싼 건진도 있는데.
“저렴한 가격에 좋은 검진을 제공하는 곳도 많다. 하지만 비용이 터무니없이 싸다면 한 번쯤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너무 오래된 검진기기를 쓰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TV도 몇십 년 사용하면 약간 뿌옇게 보이는 걸 느낀다. 망원경도 오래된 것은 먼지가 끼어 희미하게 보인다. 내시경 등 영상기기도 마찬가지다. 잘 안 보이는 기구로 내시경을 할 때 문제가 있는 부위를 놓칠 수도 있다.너무 붐비는 병원도 좋지 않을 것 같다. 값비싼 검진기기를 들여놔도 많은 환자를 보려고 욕심 내다 보면 한 환자당 검사시간이 짧아져 자세히 못 보고 지나가는 일도 있을 것이다.또 되도록이면 해당 진료를 오랫동안 본 전문의사가 직접 검진하는 병원이 좋다. 숙련되지 않은 사람이 검진하다 보면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어서다.소독 문제도 있을 수 있다. 소독비용을 아끼려 1회용을 다시 쓴다든가, 소독을 잘 안 한다든가 할 수도 있다.”
-꼭 받아야 하는데 잘 알려지지 않은 검사가 있다면.
“몸 여기저기 유난히 통증이 많은 사람은 척추 검사를 추가해 받아 보는 것도 좋다. 주로 목이나 허리 한 부분만 보기보다는 한 번 검사할 때 전(全) 척추 검사를 해 보는 게 좋다. 보통 목 부위에 문제가 생기면 허리 부분도 같이 이상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목에 이상이 있어 치료했는데 여전히 아프다고 하는 사람은 허리 이상이 목 통증으로 나타난 경우일 수 있다.”
-자녀들도 받아야 할 건진이 있나.
“안과 검진이 중요하다. 사시(斜視)나 약시(弱視)인 아이들이 있는데, 검사 시기를 놓치면 치료가 잘 되지 않을 수 있다. 7세 전에 꼭 안과 검진을 받는 게 좋다. 초등학생 때는 치아 X선 검사를 받길 추천한다. 부정교합이 생기면 주걱턱이 되고 코 질환도 잘 생긴다. 초등학교 4~5학년쯤 미리 검진을 해 예방적 치료를 하면 성인이 돼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
-건진만 받으면 안심하고 있어도 되나.
“안 된다. 검진이 100% 병을 다 찾아내는 게 아니다. 후두암·뇌암·피부암 검사까지 매년 받는 사람은 없지 않나. 폐암도 깊숙한 곳에서 잘 보이지 않아 일반 종합건진으로는 잘 발견되지 않는다. 평소 자신의 몸 상태를 잘 주시해 갑작스러운 신체 변화가 있다거나 통증이 느껴진다면 해당 진료과에 가서 세부 검사를 받아 보는 게 좋다.”
-건진센터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몇 군데 병원을 골라 검진기구나 시설의 사양, 검진비용 등을 꼼꼼히 비교해 본다. 그리고 전문 의료진이 직접 검사하는지, 검진 후 검사 결과에 대해 얼마나 자세히 상담해 주는지도 체크한다. 이상이 있을 경우 재검도 해 주는 병원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