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날 … 광주서 중2 목숨 끊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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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자신의 책상에 서울대 정문에서 찍은 사진을 붙여놓고 성적 향상에 노력해온 광주의 한 중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9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40분쯤 광주시 북구 용봉동의 한 아파트 17층 계단에서 이 아파트에 사는 A군(14·광주 모 중학교 2학년)이 난간에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했다. A군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날은 겨울방학을 하는 날이었는데 A군은 전날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A군은 28일 수업을 마친 뒤 담임교사와 상담했다. 학교 측은 “며칠 전 A군이 같은 반 학생에게 ‘담배를 가져오라’고 시켰다는 이야기를 듣고 담임교사와 상담했다”며 “담임교사가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라’고 타이른 후 돌려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평소 동료 학생들과 문제도 없었고, 활달한 성격인 A군이 자살했다는 소식에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광주시교육청도 이 학교 교장과 담임교사 등을 상대로 진상 파악에 나섰으나 학교 폭력·체벌 등의 징후는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26일 각 가정에 성적표가 발송된 점으로 미뤄 A군이 성적을 비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A군의 책상엔 서울대 정문 앞에서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이 놓여 있고, ‘열심히 공부하자’는 내용의 글귀도 붙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의 성적은 중위권이라고 한다. A군의 어머니는 경찰 조사에서 “아들에게서 전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다”며 “평상시처럼 ‘공부 열심히 하라’라는 말 이외에는 공부 때문에 특별히 나무란 적도 없었다”고 진술했다.

또 “학교에서 성적표를 보냈지만 자살까지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집에서는 전혀 그럴 만한 상황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A군의 학교 생활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다. 광주 북부서 마경렬 형사2팀장은 “특별한 가정 불화 등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며 “친구들을 상대로 A군이 자살하게 된 배경이나 원인을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9시47분쯤 충북 청주시 복대동 한 아파트 1층 현관 캐노피에 이 아파트에 사는 중학생 이모(14·3학년)군이 숨져 있는 것을 이웃 주민이 발견했다. 경찰은 최근 이군이 성적 문제로 고민했다는 유족의 말에 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광주=유지호·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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