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119 전화 논란…목소리 몰랐다고 인사조치?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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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중앙포토]

김문수 경기도지사(60)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근 경기도 남양주소방서의 119 상황실 근무자 2명이 김 지사가 건 전화에 소홀히 응대한 뒤 인사 조치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기도 소방재난본부는 도내 소방관들에게 ‘김 지사의 목소리를 기억하라’는 특별 교육 지시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소방관들은 ‘인사조치까지는 너무 과하다’고 반발하고 있고, 네티즌들도 “이제 도지사 목소리까지 기억해야 하냐”며 김 지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28일 경기 지역 언론사인 중부일보에 따르면 김 지사는 지난 19일 낮 12시 30분쯤 휴대전화로 2차례에 걸쳐 119에 전화를 걸었다. 김 지사는 당시 남양주의 한 노인요양원을 방문했다가 암 환자 이송체계 등을 문의하려고 전화를 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상황실 근무자가 전화를 받자 자신의 이름과 직책을 밝혔다. 그러자 상황실 근무자는 잠시 대답을 멈췄다가 "무슨 일 때문이냐"고 물었다. 김 지사는 남양주소방서인 것을 물어본 뒤 전화 받는 사람이 "누구냐"고 여러차례 질문했다. 하지만 근무자는 계속해서 전화를 한 용건을 김지사에게 반문했다. 김지사는 그러자 "내가 도지사라고 하는데 그 말이 안들리냐"고 말했다. 상황 근무자가 “이 전화는 비상전화다. 무슨 일때문에 전화 했는지 이야기 하셔야죠" 라고 답하자 김지사는 "아니 도지사가 누구냐고 묻는데 대답을 안해?"라며 다그쳤다. 상황 근무자는 이에 "이런 일은 일반전화로 하셔야지 긴급전화로 하셔서 그러시면 안된다”고 응대했다. 김 지사가 계속해서 누구냐고 이름을 물어보자 근무자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김 지사는 곧바로 다시 전화를 했다. 그리곤 전화를 받은 근무자에게 다시 자신의 직책과 이름을 말한 뒤 방금 전 전화를 받은 소방관의 관등성명을 물었다. 소방관이 대답을 하지 않자 김 지사는 전화를 받는 소방관의 이름을 물었다. 소방관이 자신의 이름을 밝힌 뒤에도 김 지사가 이전에 전화를 받은 근무자의 이름을 묻자 이 소방관은 "지금 119로 거셨잖아요. 무슨일 때문이신데요"라고 질문했다. 김 지사는 다시 한 번 도지사라는 사실을 밝힌 뒤 "알겠다"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이후 김 지사는 통화 내용을 도소방재난본부(도본부)에 알렸고, 도본부는 지난 23일자로 해당 상황실 근무자 2명을 포천과 가평소방서로 인사조치 시켰다. 도본부 관계자는 “김 지사가 전화할 당시 노인요양원으로 위치가 떠 근무자들이 장난전화로 판단한 것 같다”며 “그러나 자신의 직위와 이름을 대지 않고 먼저 전화를 끊은 것은 명백한 근무규정 위반인 만큼 인사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도본부는 별도의 징계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에 대해 일선 소방관들은 반발하고 있다. 많은 소방관들은 “장난 전화로 오인한 건데 인사 조치를 하고 징계까지 검토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네티즌들도 김 지사의 행동을 비판하고 있다. 긴급 상황에 쓰는 119 전화에 용건도 신속히 말하지 않고 자신의 신분만을 밝힌 채 “물어볼 것이 있다”고만 말한 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도본부는 도내 34개 소방서에 김 지사와 소방관이 나눈 대화 녹음 자료를 확보해 도지사의 목소리를 익히고, 친절교육을 실시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실제 약 30개 소방서가 녹음 자료를 활용하여 친절교육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네티즌들은 “김 지사의 목소리를 들려주라고 지시한 것 자체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트위터리안은 “자신이 관리하는 직원들이 장난전화로 인해 겪는 애로를 이해 못하는 지도자의 전형적인 모습” 이라며 “택시 타고 민생 탐방한다고 그 생각이 바뀔까요?”라고 김 지사의 태도를 비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오늘은 김문수 지사에게 전화하는 날"이라며 "`나 경기도민인데` 라고 해봅시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28일 일부 시민들은 김 지사의 트위터에 맨션을 달며 119 통화 사건에 대해 질문했다. 하지만 김문수 지사는 이날 오후 한 시민이 "소방서에 장난 전화가 얼마나 오는지 아시냐"며 이번 사태에 대해 비판하는 취지의 글을 올리자 "소방시스템에 위치도 나온답니다. 근무자들 기본이 안된 거죠"라는 답글을 달며 자신의 입장을 옹호했다.
경기도 소방방재본부도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도지사의 목소리를 기억하라는 교육을 실시했다는 언론 보도는 사실 무근”이라며 “당시 교육은 시민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정확한 119 상황 접수가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정당한 직무교육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통화 내역 음성이 온라인을 통해 급속도로 퍼지면서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더욱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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