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보이스피싱 피해액 일부 감면해 주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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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카드사들이 ‘카드론 보이스피싱 사기’의 피해액 일부를 분담키로 했다. ‘원금감면은 없다’던 지금까지의 입장을 바꿔 한 발 물러섰다.

 2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13개 카드사는 이르면 이달 내로 ‘카드론 피해구제대책’을 마련해 카드론 보이스피싱 피해액 일부를 감면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수차례 보이스피싱에 대한 금융회사의 무책임을 지적하고, 안팎의 비난 여론도 날로 거세지고 있는 분위기를 의식한 행보다. 업계 관계자는 “올 한 해 무너진 카드사들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차원에서 내린 결론”이라며 “명확하고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제는 피해자 구제를 위한 공통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다. 지난달 말까지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피해는 1999건으로 피해액만 202억원에 달한다. 카드론 한 건당 1000만원가량의 피해를 본 셈이다. 카드사들은 피해자 선정이나 감면율 산정 방식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다른 사람과 짜고 사기를 당했다고 신고하는 가짜 피해자를 걸러내는 게 우선적인 과제”라고 말했다.

피해자에게 어느 정도의 감면율을 적용할 것이냐도 분명하지 않다. 현재는 카드사의 확인전화를 받고도 사기를 당한 경우처럼 피해자의 과실이 크면 감면율을 낮추고 과실이 작을수록 감면율을 올린다는 원칙만 세워져 있다. 구제 대상을 카드론의 본인확인 절차가 강화된 12월 8일 이전 피해자로 제한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피해자의 과실도 있는 만큼 원금 전액 감면은 어렵다”며 “카드사별로 피해액이나 피해유형이 달라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은 이 같은 카드사의 움직임을 반기고 있다. 이대원 카드론금융피해자모임 대표는 “카드사들이 지금까지 ‘네 탓’이라는 태도에서 벗어나 피해액 감면을 고려한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면서도 “카드론의 경우 원칙적으로 피해액 100% 감면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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