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 간 승용차만 5m 땅속서 발견 … 거창 40대 여성 실종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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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경남 거창군에서 40대 여성이 한 달 넘게 실종된 가운데 용의자로 지목된 60대 남성은 잠적하고, 그의 아들은 투신 자살했다.

 26일 거창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오전 8시쯤 이모(46·여·거창군 고제면·식품가공판매업)씨가 자신의 싼타페 승용차를 타고 6㎞가량 떨어진 동업 관계의 김모(63·거창군 위천면·농장 운영)씨를 만나러 간다며 집을 나간 뒤 실종됐다.

 이씨는 10여 년 전부터 김씨와 친하게 지내면서 사업 관계로 4000여만원의 돈을 빌려 줬다가 김씨가 일부를 갚겠다고 하자 이날 돈을 받으러 간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경찰은 주요 도로의 방범용 CCTV(폐쇄회로TV) 등을 확인한 결과 이씨가 김씨의 주거지인 위천면으로 가서 마지막으로 휴대전화 통화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씨가 고제면으로 돌아간 흔적은 없었다. 이씨 가족은 지난달 22일 오후 경찰에 이씨의 실종신고를 했다.

 이후 경찰은 김씨를 세 차례 불러 조사했으나 이렇다 할 물증을 찾지 못했다. 이씨의 행적을 추적하던 경찰은 한 달 만인 지난 21일 김씨의 집 마당 앞 언덕에서 5m 깊이 땅속에 묻혀 있는 이씨의 싼타페 차량을 발견했다. 하지만 경찰은 잠적한 이씨를 찾지 못했다.

 차를 묻는 데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굴착기는 매몰 현장에서 200m 떨어진 외딴 곳에 있었다. 김씨는 전날 “대구에 볼일 보러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수사망이 좁혀오자 차량 발굴 하루 전날 잠적한 것으로 보고 김씨 소유의 굴착기에 이씨의 차와 같은 색깔의 차량 도료가 묻어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일단 김씨를 재물손괴 용의자로 지목해 22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이런 가운데 김씨의 아들(32)이 25일 오전 7시10분쯤 거창읍의 한 아파트 13층 옥상에서 떨어져 숨졌다.

경찰은 스스로 투신해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아들은 이날 오전 1시쯤 경찰서에 자진 출석해 “아버지가 ‘시체는 경찰이 상상할 수 없는 곳에 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김씨가 아들에게 살인을 암시했다는 것이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자수하라”고 권유했으나 아버지가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말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이씨가 이미 살해된 것으로 보고 거창지역 저수지·야산을 뒤지고 있다.

경찰은 아들 김씨 집에서 “경찰이 가족을 공범으로 몰려고 심리적 압박을 한다”는 내용 등이 적힌 쪽지가 발견됨에 따라 자살 경위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거창=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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