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엔지니어 7400명 무장 … 중동서 플랜트 수주 싹쓸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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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건설경기 침체로 대부분의 건설업체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삼성엔지니어링의 3분기 실적이 돋보인다. 이 회사는 유럽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3분기에 매출 2조2249억원, 영업이익 2129억원의 실적을 냈다고 24일 공시했다. 건설업계 최고 실적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68%, 103% 늘었고 영업이익은 처음 2000억원을 돌파했다.

 이 회사는 본사 건물을 살 여유가 없어 2000년 초까지 경기도 용인에 건물을 빌려 이사를 다니는 등 적자에 허덕였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과감한 혁신에 나섰고, 2009년 부임한 박기석(57·사진) 사장은 “앞으로 세계 건설시장의 황금알은 플랜트”라며 과감한 설계 인력 투자에 나섰다. 처음으로 내부 승진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그는 엔지니어링 사업의 특징을 명확히 이해했다. 설계(E)·조달(P)·시공(C) 삼박자 가운데 설계가 핵심 역량이라는 것이다.

 이 회사 강석윤 홍보IR 과장은 “설계 엔지니어 숫자는 제조업체의 생산능력과 같은 말”이라며 “최근 3년간 2000명 이상의 인력을 채용했다”고 설명한다. 현재 플랜트·설계 엔지니어는 7400명으로 아시아에서 일본 JGC(9000명) 다음이다. 이처럼 박 사장은 인력 확대에 나서면서 해외수주로 눈을 돌렸다. 그 결과 최근 3년간 중동지역의 담수 및 석유화학 플랜트를 거의 싹쓸이하다시피 수주했다. 경쟁 상대는 일본·유럽의 엔지니어링 회사였다.

 국내에서는 삼성그룹 공사 이외에는 사업이 거의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매출의 80%가 해외에서 나오는 구조다. 10월 현재 이 회사의 올해 해외 수주는 9조9700억원으로 현대건설·GS건설을 제치고 1위다. 주식 시가총액(25일 종가 기준 9조1000억원)도 올해 초 현대건설을 제치면서 1위에 오른 뒤 1조원 이상 차이를 두고 있다.

 박 사장은 “삼성엔지니어링은 국내 1위지만 글로벌 순위로는 30위권”이라며 “고급 인재 유치를 통해 확보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4년 이내에 10위권 진입, 2020년 정상에 오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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