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준의 마켓뷰] 글로벌 금융 리스크로 내년 중반까지 박스권 장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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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조금 이르지만 길게 보고 내년 경제와 증시를 생각해 보아도 아직까지는 걱정이 앞선다. 단순한 한국 경제의 문제라기보다는 세 가지 구조적인 시스템 리스크 우려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로존의 재정위기 ▶미국의 경기침체와 더블딥(이중침체) 우려 ▶중국 경기의 하강 우려다.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 입장에서 대외변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 가지씩 짚어보자.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로 대변되는 남유럽 재정위기, 즉 유로 문제는 단기적으로 1~2년 내에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독일과 프랑스 등이 큰 틀의 합의를 추진하고 있어 파국은 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더라도 유로존은 위기 해결 과정에서 재정긴축과 디레버리징(Deleveraging·투자와 부채를 줄이는 것)으로 성장 정체는 불가피할 것이다.

 미국 역시 이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 2013년 상반기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한다고 했듯이 내년에도 경기회복은 제한적일 것이다. 다만 유로나 미국이나 기축통화를 쓰는 지역이어서 파국으로 치닫기보다 통화 증발을 통한 위기의 지연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경우 세계 경제는 장기적인 저성장이 불가피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중국 경제까지 선진국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성장 모멘텀이 약해질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9%로 추정된다. 경착륙(Hard Landing)보다는 연착륙(Soft Landing) 가능성이 크다. 2분기 이후에 점진적으로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을 포함한 주요 신흥국은 이미 충분히 긴축정책을 진행해왔다. 이 때문에 경기부양 정책을 쓸 수 있다. 따라서 경기의 경착륙 가능성은 크지 않다. 중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중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서부 지역에서 집중적인 개발이 진행되는 걸 고려할 때 당분간 중국은 꾸준한 경제 성장을 지속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내년 세계 경제는 미국과 유로 지역의 경기 부진과 중국 내수시장의 상대적인 부각이 예상된다. 그렇다면 한국 경기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중화권은 한국 수출 비중의 33%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과 유로 지역에 대한 수출은 각각 11%, 15% 수준이다.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미국과 유로를 합쳐도 26%로 중화권 수출 비중(33%)에 미치지 못한다. 중국에 비해 미치는 영향이 작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더구나 중국이 수출보다 내수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이 수출하기에는 더욱 긍정적인 상황이다. 한국은 어쨌든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로 주요 기업 역시 수출 기업이다. 내년 한국 상장기업의 이익증가율은 15% 전후로 추정된다. 기업이익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한국 주식시장 전망은 밝다.

 결국 내년 중반까지는 선진국 재정위기라는 글로벌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주식시장은 추세적인 상승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기업이익 15% 증가라는 탄탄한 펀더멘털(기초여건)이 주가 하락을 막아 여전히 박스권 장세가 예상된다. 주가 수준은 리스크를 감안할 때 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올해와 비슷한 1800~2200포인트 전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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