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이상 콜록콜록? 폐에 위험 신호”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일교차가 크고 건조한 환절기엔 유독 목이 많이 아프다. 감기·천식·COPD(만성 폐쇄성 폐질환)와 같은 호흡기 질환으로 수난을 당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 환자들의 기침 소리에 유독 귀를 기울이는 의사가 있다. 바로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유광하(사진) 교수다. 그는 길을 걷거나 병원 대기실에서 들리는 기침 소리에 민감하다. 가볍게 콜록거리는 기침에서부터 가래가 끓는 무거운 기침까지, 비슷해 보이지만 유 교수에게는 모두 다르다. 환절기 목 건강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기침은 왜 나오는 건가.

“기침은 정상적인 신체 방어 활동의 일종이다. 우리 몸은 호흡기 자극 물질이 코를 통과해 목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반사적으로 폐 속 공기와 함께 자극 물질을 바깥으로 뿜어낸다. 바로 기침이다. 감기에 걸려 가볍게 콜록거리는 기침은 신체의 방어기전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기침은 대략 시속 1000㎞의 빠른 속도로 이물질을 밖으로 내보내 호흡기를 정화한다.

기침은 병이 아니라 증상을 보여주는 일종의 지표다. 기침 정도와 목·코의 상태를 함께 살펴보면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만일 한 달 이상 콜록거리며 기침을 달고 산다든가 가래가 끓는 듯 그르렁거리며 심하게 기침할 때는 감기가 아니라 천식·COPD와 같은 다른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크므로 병원을 방문해 진단을 받아야 한다.”

-기침에도 차이가 있나.
“호흡기 질환의 특징은 다른 질병인데도 비슷비슷하게 증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기침에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감기 같은 경우에는 가볍게 콜록거리면서 열이 난다. 맑은 가래를 뱉을 수도 있다. 물처럼 맑은 콧물을 흘린다.
반면 COPD의 경우에는 누가 들어도 심각해 보이는 무거운 기침을 한다. 가슴에 가래가 차서 그르렁거리기도 한다. 호흡곤란 증상까지 있다면 빨리 병원을 방문해 치료받아야 한다. COPD는 한 번 앓으면 증상이 좋아지지 않고 나빠지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감기로는 한 달 이상 기침을 하지 않는다.
천식은 가래 없는 마른 기침이 특징이다. 쌕쌕거리는 천명음이 들리고 증상이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한다. 꾸준히 치료하면 완치될 수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기침을 하지 않는다. 대신 코가 간질간질거리면서 재채기를 한다. 알레르기 물질 때문에 코가 막혀 있어 코맹맹이 소리를 낸다. 비슷해 보이지만 모두 다르다.”

-일교차가 큰 가을철 목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손 씻기가 가장 중요하다. 손은 신체 중 외부 접촉이 가장 많은 부위다. 공기 중을 떠돌던 바이러스나 세균들은 씻지 않은 더러운 손을 통해 입이나 코로 들어온다. 손만 제대로 씻어도 감염성 질환의 70%를 예방할 수 있다.
손을 씻는 데에도 요령이 있다. 손에 비누를 충분히 묻혀 거품을 낸 뒤 손가락 사이 사이를 씻어야 한다.
독감 백신을 접종받는 것도 중요하다. 면역력이 약한 노인이나 영유아,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반드시 맞아야 한다. 천식이나 COPD 환자도 독감에 걸리면 기존에 앓고 있는 호흡기 질환이 악화될 수 있어 예방 차원에서 접종해야 한다.
이 외에도 실내 환기를 자주 하고, 춥다고 움츠리지 말고 주변을 산책하며 움직여야 한다. 가을에는 여름과 달리 창문을 열어놓지 않아 같은 실내 공기라도 2~3배 이상 더 많이 오염돼 있다. 가습기를 사용해 건조한 실내 공기를 촉촉하게 하는 것도 가을철 목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올 초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급성 폐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했다.
“정부에서 발표했듯이 가습기 자체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다. 가습기를 살균할 때 사용하는 세정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습기를 사용하는 것은 가을철 호흡기 건강에 도움이 된다. 실내가 건조해지면 일차적으로 세균에 대응하는 점막이 건조해져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내 습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대신 가습기를 사용할 때 하루에 한 번은 반드시 물을 갈아주고, 자주 가습기를 세척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균을 배양해 들이마시는 꼴이 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가습기 쓰기가 걱정된다면 실내에 화초를 키우거나 빨래를 실내에 널어놓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 기온과 호흡기 바이러스의 상관관계는.
“일정 부분 관련이 있다. 하지만 기온이 너무 떨어지면 오히려 바이러스가 생존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남극 같이 극단적으로 추운 곳에는 감기라는 질병이 없다. 올해와 같이 유독 아침 저녁으로 일교차가 유독 심한 가을에는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꺼운 옷을 한 개 입는 것보다 얇은 옷을 여러 벌 입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권선미 기자 byjun3005@joongang.co.kr

중앙SUNDAY 구독신청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