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침묵’ … 외부정보 차단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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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의 사망에 북한은 침묵했다. 전 세계가 카다피 체제의 몰락을 고한 뉴스로 떠들썩하지만 북한 관영매체들은 그의 사망 하루가 지난 21일 오후까지 사실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북한은 리비아 국민의 민주화 봉기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의 공습에도 불구하고 카다피를 감싸고 도는 태도는 취했다. 김일성 시절인 1974년 리비아와 수교한 이후 무기 수출 등 끈끈한 협력관계를 맺어 왔기 때문이다. 나토군의 리비아 공습이 한창이던 3월 22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리비아 공습은 그 나라 인민의 존엄과 생존권을 무참히 짓밟는 최대의 반인륜 범죄”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리비아 사태를 핵무기 보유를 정당화하는 데 활용했다. 정부 당국자는 “카다피의 처참한 사망은 김정일과 평양 핵심 권력층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졌을 것”이라며 “북한은 체제 유지를 위해 관련 외부 정보를 차단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정일로서는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동갑내기(69세) 독재자인 카다피에 이어 미국과 국제사회가 겨냥할 대상이 자신이란 걸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카다피의 몰락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른 결과란 점도 김정일을 압박할 수 있다. 안보리는 리비아 사태가 발생하자 결의 1973호를 통해 2005년 유엔 정상회의가 채택한 ‘국민보호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R2P)’을 적용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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