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인센티브 준다고 일 잘할까요? 단순노동일 때나 그렇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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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핑크 지음
김주환 옮김, 청림출판
321쪽, 1만5000원

최근 내한한 『정의란 무엇인가』 의 마이클 샌델 미 하버드대 교수는 한국 청중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이스라엘의 한 탁아소에서 아이를 데리러 오는 학부모가 지각할 경우 벌금을 매기기로 했습니다. 지각이 줄었을까요?” 이 질문은 2000년에 벌어진 실제 사례에 바탕하고 있다. 당시 실험 참여한 경제학자들은 범칙금이라는 ‘좌절 요인’에 반응해 학부모들이 지각을 줄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답은 “아니오”다. 지각은 더 늘었다. 학부모들은 이전까지 지녔던 도덕적인 의무감(내 아이의 선생님에게 잘해주자)에서 벗어나 계약자의 권리의식(돈으로 추가 시간을 살 수 있다)으로 선회했다. 샌델 교수는 이를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시장지상주의’ 의 부작용으로 설명했다.

 미래학자 대니얼 핑크는 같은 실험에서 ‘동기 2.0’의 한계를 봤다(74~76쪽). 동기 2.0이란 인간행동의 동기에 대한 두 가지 전통 가설 중 보상을 추구하고 처벌을 피하고자 하는 욕구를 지칭한다(다른 하나는 배고픔·졸음 등 생물학적 욕구다.) 19세기 이래 테일러주의(성과에 보상하는 과학적 경영관리법)식 산업발전에서 동기 2.0의 역할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복잡다단해진 현대사회에선 당근과 채찍만으로 부족하다. 특히 신규 직업의 주를 이루는 창의적 작업에선 자발성이 더욱 요구된다. 핑크에 따르면 이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세 번째 욕구 즉 ‘내재 동기(내재적 보상)’다. 이스라엘 학부모들의 경우 이 내재 동기가 침해 당하면서 지각이 늘어났던 것이다.

 핑크가 정의한 동기 ‘3.0’의 실례는 오늘날 도처에서 볼 수 있다. 돈 한 푼 없이 자발적인 지식 나눔으로 일궈진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가 대표적이다. 참여자가 주가 되는 인터넷 포털 카페나 SNS, 영리가 아닌 공익 목적의 사회적 기업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경영이나 조직관리 방식에도 근본적 성찰이 요구된다. 통제하고 감시한다고 작업 효율이 오르는 게 아니란 말이다. 심지어 인센티브가 창의성을 파괴하기도 한다. (물론 동기 2.0 시대의 유산, 즉 단순업무의 경우엔 인센티브가 훨씬 효율적이다)

 여기까지가 전반부라면, 이 책을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장기간 오르게 한 힘은 후반부에 있을 것이다. 핑크는 동기 3.0적인 인간, 즉 내재 욕구에 집중하며 유연하고 창조적인 개인을 ‘I유형’(I는 ‘Instrinsic’의 첫 글자)으로 칭한다. I유형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개인 노력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는데, 특징이 ‘자율성, 숙련, 목적’이다. 저자는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의 ‘몰입’ 개념을 중심으로 이러한 I유형을 다듬어나가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진화심리와 행동과학의 원리를 경영경제를 거쳐 자기계발로 이어가는 셈이다. 수시로 동기를 체크하는 일기를 쓰고 동기유발 포스터를 만들라는 등 조언이 상세하다. I유형 인간을 키우기 위한 교육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개인적으론 책을 덮으면서 아이러니를 느꼈다. 지금 당신의 조직이 당신 일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안하는가. 그렇다면 당신 업무는 단순기계적인 것일 가능성이 높다. 아니면 당신 일의 창의성과 당신이 일하면서 느끼는 몰입감의 가치를 그들이 모를 수가 있다. 현명한 경영자라면 핑크가 귀띔한 바 “보상을 일종의 사후적 보너스로 받은 사람들이 최고 수준의 창의성을 보여주었다”(95쪽)는 데 귀 기울였으면 한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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