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병우의 소나무, 전혀 다른 두 가지 느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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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경주 안강송(아래 사진)은 작고 통통해요. 뉴칼레도니아의 쥐라기 소나무(위 사진)는 기린의 목 같죠.” 30여 년간 소나무를 찍은 사진가 배병우의 얘기다.

그는 30대 때 전통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면서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을 드나들었다. 매년 두 차례 여는 이곳 전시를 10여 년간 빠짐없이 가서 봤다. 한국미란 무엇인가. 겸재(謙齋) 정선(1676~1759)의 소나무가 답해줬다. “그의 진경산수화를 보면 100점 중 99점은 소나무가 어김없이 등장해요.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태어나 소나무로 불 지펴 밥 해 먹고, 소나무로 만들어진 관 속에 들어가 묻히고, 무덤 옆에 소나무를 심은 우리 조상들의 삶이 그 안에 있지요.”

그때부터 전국의 소나무란 소나무는 다 찍고 다녔다. 1984년의 일이다. 그리고 경주 왕릉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그곳 소나무는 죽은 자의 영혼을 안식시키려 심은 것으로, 베어 버리는 나무가 아니에요. 그래서 저는 경주의 소나무를 최고로 칩니다.”

 ‘소나무 사진가’ 배병우(61·사진)의 사진이 ‘고향’을 찾았다. 경주 아트선재미술관에서 열리는 ‘배병우(Bae Bien-U)’전이다. 경주의 소나무 사진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작가가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총회에 맞춰 한국미를 세계인에게 전하는 자리다. 잘 알려진 경주의 소나무 사진 뿐 아니라 불국사·석굴암 등 경주 유적지 풍경도 선보인다. 창덕궁·종묘 등 작가의 30여 년간 주요 시리즈 78점이 나왔다.

경주 안강송

서울에서는 회현동 금산갤러리서 열리는 ‘세상의 끝에서 보다-뉴 칼레도니아∼DMZ’전에서 작가의 근작들을 볼 수 있다. DMZ문화포럼의 기금 마련전이다.

 소나무가 한국의 정신을 담고 있다고 여겨 찍고 다녔는데 세계 곳곳에서 소나무 찍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2006년엔 스페인 문화재관리국의 요청으로 알람브라 궁전을 찍었다. 궁전의 화려함보다는 숲과 정원의 미학에 주목한 그의 시선에 공감한 까닭이다. 해서 경주 소나무를 찍던 그 카메라로 그는 한동안 알람브라궁 정원의 소나무를 찍었다. 그리고 올해는 뉴칼레도니아의 쥐라기 소나무를 찍었다. 이미 1억∼2억년 전부터 지구상에 나타난 소나무의 원류다.

 붓 대신 카메라로 그림을 그린다는 그에게 많은 이들이 사진 잘 찍는 법을 묻는다. 대답은 어김없이 “손 대신 발이 부르트도록 대상물을 찾아다닌다.” 이번에도 그랬다. 제주도 녹차밭에서 전화를 받은 그는 “일주일째 여기서 사진을 찍고 있다”고 말했다.

권근영 기자

▶‘Bae Bien-U’전=내년 2월 26일까지 경주 아트선재미술관. 054-745-7075.

▶‘배병우, 세상의 끝에서 보다- 뉴칼레도니아~DMZ’전=30일까지 서울 회현동 금산갤러리. 02-3789-6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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