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 방에 당한 롯데 … ‘한 방’으로 해치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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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깨진 0의 행진. 롯데 전준우가 0-0이던 6회 말 SK 선발투수 고든을 상대로 결승 투런 홈런을 날린 뒤 주먹을 불끈 쥐고 1루 베이스를 돌고 있다. 1루 더그아웃의 동료들도 두 팔을 들며 환호하고 있다. [부산=이영목 기자]

롯데 전준우(25)의 타구가 사직구장 밤하늘에 하얀 궤적을 그렸다. 함성이 터졌다.

 롯데와 SK가 0-0으로 맞선 6회 말 1사 1루에서 전준우가 타석에 들어섰다. SK 투수 고든은 6회 1사까지 한 번도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내지 않으며 롯데 타자들을 꽁꽁 묶고 있었다. 초구는 볼. 두 번째는 바깥쪽 직구였다. 전준우는 잠시 타석에서 물러나 숨을 골랐다. 양손 장갑을 한 차례씩 매만진 전준우는 다시 타석에 들어서 고든을 노려봤다. 3구째 몸쪽 직구가 오자 전준우의 방망이가 빠르게 회전했다. 고든의 145㎞짜리 직구는 120m를 날아 좌중간 담장 안쪽으로 사라졌다.

 SK 외야수들이 타구가 넘어가지 않았고 관중이 잡았다며 항의하는 사이 전준우는 그라운드를 돌아 홈을 밟았다. 홈 팬들을 향해 헬멧을 벗어 감사의 인사도 했다. SK측 항의에 따라 비디오 판독을 거쳤으나 전준우의 타구는 홈런으로 인정됐다. 양팀 선발 송승준과 고든의 팽팽한 투수전을 깨는 한 방이었다. 롯데는 이어진 2사 2루에서 강민호의 1타점 좌중간 적시타로 스코어를 3-0으로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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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준우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양승호 롯데 감독이 택한 승부수다. 정규리그에서 3번을 치던 왼손타자 손아섭을 2번으로 돌리고, 1번 타자 전준우를 그 자리에 넣었다. SK는 왼손투수 전력이 풍부한 팀. 왼손 손아섭보다는 오른손 중심타자가 필요했다. 상대를 의식한 결정이지만 그만큼 전준우를 믿었기 때문이다. 전준우는 올해 풀타임 2년째지만 대담하면서도 침착하다. 위기에서 흔들리지 않고 자기 스윙을 한다. 지난해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타율 4할7푼6리 2홈런으로 포스트시즌에서도 강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송승준이 승리공신이었다. 가을만 되면 고개를 숙였던 롯데 오른손 에이스 송승준에겐 화끈한 명예회복의 무대였다. 송승준은 SK 타선을 6회까지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역투를 했다. 송승준은 7회 초 최정을 내야 안타, 이호준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홈 관중들은 ‘가을 에이스’에게 박수를 보냈다.

 SK는 7회 무사 1·2루에서 박정권의 적시타로 한 점 추격했다. 하지만 롯데는 8회 강민호의 1점짜리 솔로홈런으로 다시 달아났다. 9회에 접어들자 마무리 김사율 카드를 꺼내 들어 추격의 빌미조차 제공하지 않았다.

 김사율은 세 타자를 격퇴해 1999년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6-5로 이긴 이후 12년 만의 홈 포스트시즌 승리를 마무리했다. 사직구장 1루 관중석의 팬들은 경기가 끝난 뒤 한참이 지나도록 깃발을 흔들며 자리를 뜰 줄 몰랐다.

부산=허진우 기자
사진=이영목 기자

양팀 감독의 말

▶양승호 롯데 감독

송승준은 투구수 100개까지 생각했다. 7회 두 타자를 출루시키고 내려왔는데 임경완이 잘 막아내 승리를 지켰다. 이대호가 살아난다면 3, 4차전도 쉽게 이길 수 있다.

▶이만수 SK 감독대행

선발 고든은 잘 던졌다. 6회 말 전준우 타석 때 몸쪽 사인을 냈는데, 공이 가운데로 몰렸다. 고든은 공이 높으면 크게 맞는다. 7회 1사 2·3루에서 연속 범타로 물러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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