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박원순의 안보관을 묻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박원순 변호사의 천안함 관련 발언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박 변호사는 10일 관훈토론회에서 “정부가 북한을 자극해 억울한 장병들이 수장(水葬)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의 안보관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을 어떻게 보느냐’는 개인이나 집단의 이념적 성향을 재는 가장 결정적인 척도다. 북한의 호전성에 생명을 위협받는 분단국가에 살고 있는 국민으로선 당연한 판단기준이다. 대한민국 수도와 1000만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서울시장이 ‘북한을 어떻게 보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유권자들은 시장 후보의 대북인식을 정확히 알고 뽑아야 한다.

 박원순 후보의 안보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우려해왔다. 박 후보가 시민운동을 하면서 밝혀온 대북인식이 급진적이었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했고, 간첩단 사건을 ‘용공조작’이라 비난하기도 했다. 그가 이끌었던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정부의 천안함 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편지를 유엔에 보내기도 했다.

 10일 박 후보의 발언은 그간의 우려를 확인해 주었다. 박 후보의 발언은 상식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는 “(천안함이 북한의 소행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참여연대와 관련된 질문에서도 “참여연대를 떠난 지 10년이 지났다”면서 “저는 안보관이 투철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했다. 그의 안보관에 대한 많은 우려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다음 발언. “북한을 자극해 장병들이 수장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표현이다. 천안함이 북한의 소행이지만, 그 소행이 남한의 대북 강경책에서 비롯됐다는 논리다. 김대중 정부 시절 온통 햇볕을 쪼이면서도 두 차례에 걸쳐 연평해전을 일으킨 북한의 실체를 직시하지 못한 발언이다. 결과적으로 앞의 발언이 ‘선거용’이 아닌지 의심스럽게 만들었다.

 박 후보는 지금이라도 자신의 안보관을 명확하고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 관훈토론회 발언으로 서울시민의 우려와 궁금증은 더 커졌다. 정확한 입장표명은 유권자들에 대한 후보의 의무다. 기성 정치인과 다른 당당한 시민 후보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