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경전철 공사비 4530억 못 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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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10월 7일자 19면.

경기도 용인시의 공공재산이 민간기업에 압류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용인시가 11일까지 용인경전철㈜에 지급해야 할 공사비(최소해지 지급금) 4530억원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은 국제중재재판소가 결정한 최소해지 지급금 5159억원 중 1차 지급분 4530억원의 지급 마감일이었다.

 일단 이날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했기 때문에 용인시는 돈을 모두 지급할 때까지 하루 6600만원의 이자를 물어야 한다. 중재재판소가 지난 3월 3일부터 발생하는 이자를 지급하라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소급 적용한 이자만 140억원이 넘는다. 용인시는 이 돈을 내년도 예산에 편성해 지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원금은 지급할 방법이 없다. 재앙을 피하려다 또 다른 재앙을 부른 것이다.

 용인시는 이에 따라 이날 용인경전철㈜에 ‘지급금의 분할지급 등 경전철 관련 모든 내용을 포함한 재협상’을 공식 제안했다. 용인시는 지급금을 나눠 지급하거나 경전철의 운영을 용인경전철㈜에 맡기는 방안을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용인경전철㈜은 시의 이런 제안에 부정적이다.

 장은령 용인경전철㈜ 전무이사는 “주주들을 설득하려면 용인시가 중재판정 결과를 이행하려는 노력부터 보이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그는 “시가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공사비 회수를 위한 강제 절차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용인경전철㈜은 곧 법원에 국제중재판정 이행명령 청구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국제중재결정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법원이 용인시에 이행명령을 내리면 업체는 이를 근거로 용인시 재산을 압류할 수 있다. 용인시가 약간의 시간을 벌 수는 있지만 판결을 뒤집기는 힘들다.

 용인경전철㈜은 경상예산을 제외한 각종 수익금 계좌와 잡종재산 등을 압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성구 용인경전철범시민대책위원회 상임공동대표는 “이 지경까지 몰고 온 관련자들에게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용인=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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