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₂ 다이어트’ 발등의 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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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CO₂) 등 온실가스 감축이 기업들에 발등의 불이 됐다. 내년부터 당장 458개 기업·사업장이 온실가스 예상 배출량에서 1.44%를 줄여야 한다. 이들 사업체의 내년 예상 배출량이 6억634만t(CO₂로 환산 t)이니 900만t 가까이를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감축 목표의 절반 이상인 470만t은 산업부문에 할당된다. 그중 54%인 250만t이 포스코·삼성전자·LG디스플레이·현대제철 등 10대 배출 상위 대기업의 몫이다. 나머지 약 400만t은 대형건물·발전소·교통 등 공공·민간부문에서 줄여야 한다. 업계 일각에선 벌써 “가뜩이나 경기도 좋지 않은데 만만치 않은 부담 하나를 더 짊어지게 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10일 정부는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 대상 업체의 2012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확정했다. 지난해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사업체별 의무 감축량이 부과됐다. 정부는 2020년 예상 온실가스 배출량의 30% 감축 목표를 국내외에 제시해놓은 상태다. 업체별 목표 감축량을 정하기 위해 정부는 2007~2009년 3년간 평균 배출량 자료를 제출받았다. 여기에 성장률 전망, 시설 신·증설 계획 등을 감안해 내년 예상 배출량을 정했다. 지식경제부 이상준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팀장은 “유럽연합(EU)처럼 전년 대비 감축률을 제시하면 자칫 기업의 성장에 문제가 생기거나 해외 이전을 부추길 수 있어 예상 배출량 대비 감축 목표를 설정했다”면서 “배출량 결정에는 전문가들의 실사는 물론 해당 업체와 협상을 거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경부는 업체별 배출 허용량은 공개하지 않았다. 투자 계획 등 영업비밀이 간접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온실가스를 많이 줄여야 할 상위 10대 기업의 감축량만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포스코가 가장 많은 96만3000t을 줄여야 하는데 이는 산업부문 전체 감축량의 20.6%다. 삼성전자에도 전체의 9.2%인 42만9000t이 할당됐다. 산업부문에 할당된 감축 목표는 서울시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의 11%에 해당된다. 또 이를 줄이게 되면 친환경 전기차 350만 대를 도입한 효과를 낼 것이란 게 지경부의 추산이다. 이날 주요 기업들은 감축 목표 달성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LG화학 관계자는 “전체 사업부문이 참여하는 ‘온실가스 TF’를 구성해 지속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해왔고,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감축 활동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편에선 정부가 너무 서두른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대상 업체 관계자는 “가뜩이나 경기도 좋지 않은데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았다”면서 “선진국도 우리만큼 하지 않고 있는데 굳이 앞서갈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의무 감축 대상 업체는 온실가스를 연간 12만5000t 이상 배출하는 기업이나 2만5000t 이상 배출하는 개별 사업장이다. 대상 업체들은 연내에 이행 계획을, 2013년 3월까지 이행 실적을 보고해야 한다. 목표를 지키지 않으면 첫 회 300만원, 3회 이상 위반 시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강찬수·조민근·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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