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 번 날린 기회, SK 이호준 세 번째 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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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이호준(가운데)이 9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2-2이던 연장 11회 2사 만루에서 끝내기 중전안타를 때려낸 뒤 팀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인천=김민규 기자]


연장 11회 말 2사 만루, 볼카운트 2-3. 3루 쪽 KIA 팬들은 “삼진”을 연호했다. 1루 쪽에 모인 SK의 홈팬들은 “이호준, 안타”를 연거푸 외쳤다.

 9일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린 인천 문학구장은 양쪽에서 들려오는 함성 소리로 가득 찼다. KIA 투수 한기주가 던진 여섯 번째 공이 SK의 주장 이호준(35)의 배트에 닿았다. 공은 2루 베이스 위를 통과해 중견수 앞까지 갔다. 3루주자 안치용은 양손을 번쩍 들며 홈을 밟았다. 결승타. SK 팬들은 더 큰소리로 “이호준”을 외쳤다. SK는 이호준의 끝내기 안타로 KIA에 3-2로 역전승해 준플레이오프 승부를 1승1패로 만들었다.

 이호준은 이날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그는 경기 전 특유의 넉살로 “벤치를 지키다가 정말 중요할 때 나온다. 오후 4시쯤을 기대해 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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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시가 지났고 양팀은 팽팽한 승부를 펼쳤다. SK는 7회 말 대타 안치용의 솔로 홈런으로 2-2 동점을 만든 뒤 2사 1·3루 기회를 맞았다. 이만수 SK 감독대행은 앞선 세 타석에서 안타가 없는 5번타자 최동수 대신 이호준을 대타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호준은 3루 땅볼에 그쳤다.

 2-2로 맞선 9회 말 2사 1·2루에서 한기주는 4번타자 박정권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2사 만루, 이호준 타석이었다. 이호준은 한기주의 초구에 배트를 내밀었고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승부는 연장전으로 들어갔다.

 11회 말 이호준에게 다시 한번 기회가 왔다. KIA는 2사 2·3루에서 박정권을 고의볼넷으로 내보내 이호준과의 승부를 택했다. 11회 말의 이호준은 침착했다. 한기주가 볼 세 개를 던지는 동안 스윙을 참았다. 볼카운트 0-3에서 한기주가 바깥쪽 직구를 던지자 이호준은 배트를 던지고 1루로 걸어나갔다. 임채섭 주심은 ‘스트라이크’를 선언했고, 이호준은 웃으며 타석으로 돌아왔다. 한기주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스트라이크 하나를 더 보낸 이호준은 한기주의 6구째 슬라이더를 끝내기 중전 적시타로 연결하며 마지막에 웃었다.

 이호준은 올 시즌을 앞두고 주장에 선임된 뒤 “세 번째 우승반지를 끼고 싶다”고 했다. SK가 2007, 2008, 2010년 우승했지만 이호준은 2008년 무릎 수술로 시리즈에 나서지 못해 반지가 두 개다. 1997년 해태 시절 팀이 우승했을 때는 후보 선수로 분류돼 반지를 받지 못했다. “내 아이도 셋이다. 아이들에게 우승 반지 한 개씩은 물려줘야 한다.” 그런 이호준이 올해 SK의 포스트시즌 첫승을 만들어 냈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은 11일 오후 6시 KIA의 홈인 광주구장에서 열린다.  

인천=하남직 기자
사진=김민규 기자

양팀 감독의 말

▶ 이만수 SK 감독대행

선발 송은범이 팔꿈치가 안 좋은데 6회까지 막아줬다. 정대현을 후반에 내보낸 건 1차전 9회에 나온 박희수와 엄정욱이 경험이 없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타순 조정은 없다. 최정 3번, 박정권 4번이다. 대타로 나와 홈런을 친 안치용은 3차전엔 선발로 나갈 가능성이 크다. 광주에 내려가 4차전에 끝내고 싶다.

▶ 조범현 KIA 감독

연장 11회 말 2사 만루에서 한기주를 바꿀까도 생각했다. 왼손은 심동섭, 오른손은 유동훈이 있었다. 심동섭이 혹시나 끝내기를 맞으면 짐이 될까 그냥 밀고 갔다. 마지막은 한기주가 책임지는 게 맞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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