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선재성 재판’ 광주 법원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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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법은 저울이자 칼이다. 형평성과 엄정함이 생명이다. 사물이나 현상을 해석할 때 그 기준이다. 어떤 이유로든 잣대가 흔들리면 남을 승복(承服)시킬 수 없다. 한 치의 더함이나 뺌 없이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법관에 대한 신뢰는 여기서 비롯된다. “재판의 진정한 권위는 국민의 승복에서 온다”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취임 일성은 정곡을 찌르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광주 지역 법원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할 것이다.

 검찰이 선재성 전 광주지법 수석부장판사(휴직 중)에 대한 항소심을 광주고법 대신 서울고법이 맡게 해달라고 신청할 방침이다. “(1심 무죄를 선고한 광주지법에 이어) 광주고법 항소심에서 같은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재판지 변경은 재판의 공평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때 낸다. 광주지법과 고법을 믿을 수 없다는 뜻이다. 사실상 불신임이란 불명예를 안긴 셈이다.

 자초한 일이다. 사건 초기부터 광주지법은 구설에 올랐다. 선 판사가 광주·전남 지역에서 19년 동안 근무한 향판(鄕判)이란 점을 감안해도 지나쳤다는 인상을 줬다.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11건을 줄줄이 기각했다. 법률적 다툼이 있겠으나 오해를 살 만한 대목이었다. 지난달 29일의 1심 선고는 논란을 증폭시켰다. 광주지법은 변호사법 위반, 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변호사법 위반 여부는 기교(技巧) 사법을 떠올리는 빌미를 제공했다. 선 판사가 법정기업의 관리인에게 특정 변호사를 찾아가라고 한 것이 변호사 알선이 아닌 조언 또는 권고라고 해석했다. 죄의 유무를 결정하는 알선과 조언의 차이는 뭔가. 오로지 판사만이 아는 잣대는 아닐까. 1심 재판장이 선 판사를 ‘피고인’이라고 부르지도 못하는 재판을 누가 공정하다고 하겠는가.

 유·무죄 판단은 판사의 권한이다. 여론몰이로 재판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선 판사의 ‘친정’과 다름없는 광주 법원에서는 법 정의(正義)를 기대하기 힘들다. 대법원은 검찰 신청을 받아들여 선 판사의 항소심을 서울고법에서 맡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은 항소심 결과에 승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