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더이상의 해태는 없는가?

중앙일보

입력

5월 19일 현재 13승 24패 1무. 승률 0.351를 기록하는 해태타이거즈의 성적표이다. 한때 국내 프로야구의 전국구로 칭해졌고,'가을의 전설'로 불리던 해태가 이렇게 주저앉을 것인가?

현재까지의 상황으로 본다면 더이상 해태를 한국시리즈에서 보는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프로야구의 애호가들은 해태가 앞으로 우승을 한다면 한국 프로스포츠는 하향세를 걸을 것이라고 표현을 한다. 이처럼 혹평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은 프로이기 때문이다. 프로는 철저한 자본주의시장의 극대화상품이다. 즉, 투자한 만큼 얻어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해태와 그밖의 구단들의 사정은 어떤가? 해태보다 2배이상의 거금을 들이고 우승을 한 번도 하지 못한 삼성, 우승을 위해 돈을 쏟아붓는 현대의 입장에서 해태의 우승을 어떻게 이해를 할 것인가?

또한 해태는 현재 총제적 난국으로 볼 수가 있다. 지난해는 해태를 다크호스로 불렀다. 그만큼 팀홈런선두의 위력이 있었다. 홍현우-샌더스-양준혁이 포진한 중심타선은 타팀을 압도했다. 하지만 올시즌은 어떤가? 팀홈런 7위, 팀타율 8위, 방어율 6위. 실로 참담함 그 자체이다. 원인은 무엇인가?

우선 선수수급의 실패이다. 즉, 다른팀보다 병목현상이 심했던 팀으로 꼽을 수가 있다. 소수 엘리트 시스템으로 한국시리즈 9번을 우승했던 전력들이 일순간 붕괴한 점이다.

93년까지의 우승멤버들과 96~97년 우승의 멤버들이 장성호,김종국,김상진,임창용을 제외하면 대부분 그대로였다. 더구나 우수선수들의 국외 유출이 가장 심한 구단이다. 서재응(뉴욕메츠)을 필두로 김병현(애리조나다이아몬드백스),최희섭(시카고컵스),이종범(주니치드래곤즈),오철희(보스턴레드삭스)가 전력에서 이탈하게 되었다. 구단이 선수에게 투자하는 액수가 선수들의 지명도에 비해 약한 점도 많다.

더구나 연고지역 팀들의 동반 부진도 원인이 될 수있다. 현재 붕괴된 마운드를 수습할 신인들이 보이지 않는다. 지명을 해놓은 선수중 그나마 쓸만하다 평가되는 강철민(효천고-한양대 3)은 2년을 기다려야 한다. 올시즌 4학년 선수들중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는 타자에서 김원(원광대)정도이다.

96~97년 구단 평가액이 1천억원을 육박했던(현대가 태평양을 430억원에 인수)점을 감안한다면 해태의 몰락은 의의로 평가된다. 붕괴의 조짐이 있었던 지난해 해태는 공격력 보강의 절실함을 느껴 임창용을 내주고 양준혁을 데려왔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응용감독은 한국프로야구의 초유의 10번째 우승을 호언했다. 그만큼 양준혁으로 인해 보강된 타선의 힘을 투수력이 앞서고 있었기에.

하지만 바로 이때 해태의 불행은 시작되었다. 이대진의 부상,김상진의 암으로 인한 사망,이강철의 동계훈련중 부상,권명철의 부상으로 인하여 졸지에 1~4선발이 차례로 무너졌다. 그러면서 매게임 대량득점을 올려야 승리하는 참담함을 느끼게 되었다.

시즌전 양준혁을 내주고 손혁을 데려올 만큼 투수력의 보강이 절실했다. 하지만 해태의 불행은 이어졌다. 손혁의 돌연 은퇴로 인하여 오히려 양준혁만 내준 꼴이 되었다. 거기에 홍현우의 부상. 또한 이강철을 주고 데려온 박충식은 올시즌도 출전이 불투명하다.

앞으로 해태의 회생은 불가능한가? 해태를 사랑하는 팬들의 입장에서 여유있는 기다림을 가진다면 불가능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2005년 이전까지는 기대를 하는 것은 무리다. 그만큼 해태의 위기는 총체적이다.

올시즌 고교야구에서 성적은 별로지만 위용을 드러내고 있는 효천고,광주상고의 우수선수들과 현재 해태가 지명하고 대학에서 활약을 하고 있는 고려대의 전하성,김현율 한양대의 강철민 그리고 한때 고교 최고의 키스톤을 자랑했고, 현재 국가대표 부동의 유격수인 이현곤(연세대)등이 합류하는 2005년이 해태가 부활의 나래를 펼 시기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모든일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적어도 올시즌 부터 해태는 돈때문에 지명한 선수를 놓치는 일을 해서는 곤란하다. 현재 해태가 세대교체의 몸살인지 아니면 소액투자의 한계성인지를 검증할 시기라고 볼 수 있다. 해태의 전력이 결코 이대로 무너지지는 않는다는 중론으로 비추어 결코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신인선수들은 홍세완,김상훈,양현석 그리고 젊은피인 장성호등의 분전이 눈에 띈다는 점에서 새롭게 변모할 호랑이의 포효를 들을 수 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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