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에 기대 거는 빌 게이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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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빌 게이츠는 비공식적으로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를 방문했다. 이는 부시와 게이츠의 첫 대면이었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 두 사람은 디지털 혁명과 인터넷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 자리에 동석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의 한 중역에 따르면, 부시는 지나가는 말로 MS가 당시 反독점법 위반 소송에서 겪고 있던 ‘힘겨운 시간’에 대해 이야기했다. 게이츠가 대꾸하지 않자 부시는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

아직 공개된 적이 없는 이 밀담은 MS와 공화당의 미묘한 줄다리기의 일환이었다. 양측 모두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갖고 있다. 공화당은 MS측에서 막대한 정치자금을 얻어내려 한다. 빌 클린턴 행정부의 법무부에 의해 곤경을 겪은 MS는 공화당이 집권해 자신들에 대한 압박이 차단되기를 바란다.

부시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클린턴보다 MS에 호의적일 것이라는 점을 내비친 적이 있다. 그는 “소송보다 혁신”을 더 중시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공화당 지도부는 게이츠에게 공화당이 집권하면 MS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지난주 게이츠가 백악관에서 열린 신경제 세미나에 참석한 후 의회 의사당을 방문하자 공화당 의원들은 그를 열렬히 환영했다. 하원의 딕 아미 공화당 원내총무는 게이츠와의 회동을 마친 후 기자들에게 자신은 MS가 아니라 법무부를 해체하는 것이 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MS 경영진은 정치에 무관심했다. 그들은 정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별로 관심이 없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법무부가 反독점법 위반 소송을 제기하자 MS의 그런 태도는 달라졌다. 1997년 이래 회사와 최고 경영진은 1백80만 달러를 정치자금으로 헌납했다. 그중 상당액이 법적 제한을 받지 않는 ‘소프트머니’였고, 3분의 2 이상이 공화당으로 갔다.

지난주 게이츠가 의회를 방문했을 때 공화당의 정치자금을 책임지고 있는 톰 데이비스 하원의원은 공화당에 더 많이 기부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게이츠는 “검토해 보겠다”고 대답했다.

MS 대변인은 게이츠와 MS가 단 한차례 선거 결과에 기업의 모든 운명을 걸고 있지는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부시는 지난주의 법정판결에 대해 아직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며 신중하게 대처했다.

그러나 MS 경영진은 비밀리에 부시와 비공식적인 동맹을 맺었다. 로버트 허볼드 수석경영자는 열렬한 부시 지지자다. 그는 부시의 선거운동에 참여해 기술관련 문제를 조언해주고 있으며, 재정운영위원회의 일원이기도 하다. 지난해 여름 부시가 워싱턴州 레드먼드市에 있는 MS 본사를 방문한 후 허볼드는 부시를 위한 기금 모금파티를 열었고, 많은 MS의 경영진이 그 자리에 참석했다. 부시측의 자금 담당자들은 앞으로 들어올 큰 돈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주 의회에서 한 공화당 의원이 게이츠에게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 법무부도 접수하기를 기대하는지 물었다. 게이츠는 그렇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렇게 된다면 MS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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