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차매각" 막판 고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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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자동차 매각협상이 예기치 못한 걸림돌에 부닥쳐 표류하고 있다.

프랑스 자동차회사 르노와의 가격조율은 어느 정도 끝난 상태인데 과거 삼성차가 삼성물산에 갚지 않은 판매시설 대금 2천9백억원의 처리문제가 뒤늦게 돌출,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차 채권단은 일단 르노와의 협상을 뒤로 미룬 채 법원의 중재하에 삼성물산과 협의에 나섰으나 양쪽의 입장차가 워낙 커 르노와의 재협상 시한(20일)내에 해결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 채권단과 삼성물산의 대립〓지난 11일 두번째 조정마저 실패하자 부산지법은 15일까지 채권단과 삼성물산에 법원의 최종 중재안에 대한 동의여부를 통보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날 채권단은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으며 삼성물산은 미처 이사회를 열지 못했다는 이유로 입장 표명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법원의 최종 중재안은 향후 삼성차 매각대금을 채권단(5천억원)과 삼성물산(2천2백억원)이 채권 원금의 비율에 따라 나눠가지라는 것.

그러나 채권단은 이 비율대로 삼성물산에 돈을 물어줄 경우 원금마저 손실을 보게 된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이에 따라 삼성그룹이 채권단에 담보로 내놓았던 삼성생명 주식의 처분가격이 예상액인 2조4천5백억원(주당 70만원)에 못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로 인한 손실도 채권원금에 포함한 뒤 매각대금을 분배하자는 새로운 타협안을 제시한 상태.

반면 삼성물산은 1998년 삼성차에 영업시설을 양도한 뒤 받지 못한 대금을 최근 법정관리인이 '공익채권' 으로 분류, 여타 채권보다 우선 변제받을 수 있도록 인정했기 때문에 매각대금에서 전액을 먼저 돌려받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삼성물산 한 관계자는 "요사이 소액주주들까지 나서서 삼성차로 인해 삼성물산에 손해가 난다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고 고충을 털어놨다.

◇ 향후 전망〓법원은 양쪽이 끝내 합의를 거부할 경우 삼성차의 법정관리를 취소할 수도 있다며 하루빨리 중재안에 동의하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다.

부산지법 관계자는 "법정관리가 취소돼 파산절차에 들어가면 채권단이나 삼성물산 양쪽의 손해가 더 커질 수 있다" 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채권단은 "더이상의 양보는 없다" 면서 "삼성물산이 이번주 중 손실분담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판매시설을 제외한 채 르노와 독자적인 매각협상에 나서겠다" 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르노는 판매시설도 인수하길 원하는데다 당초 협상에서 제시한 매각가격에 판매시설분도 포함된 상태라 재협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법원의 최종 중재안이든 채권단의 타협안이든 삼성물산과 채권단이 원만히 합의를 보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르노와의 매각협상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크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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