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 취업 어려우니…한인 중년들 험한 일 안가린다

미주중앙

입력

3D 업종에 몰려
아파트 청소원에
식당 배달부까지

그나마 일자리 부족
관련 업종 경험없어
젊은 라티노 더 선호

#.올해 초까지 미국계 냉동업체에서 창고관리직으로 근무하다 해고된 지승원씨(50.로스펠리스 거주)는 지난주부터 LA한인타운 내 한 아파트 청소원으로 취업했다. 새로운 직장을 얻으려 이력서도 내보고 지인들에게 사정도 했지만 뾰족한 수는 없었다. 아파트 렌트비를 내지 못한지 두달째. 지씨는 눈높이를 낮춰 청소부 구인광고를 보고 일자리를 얻었다. 하루에 5번 아침 5시부터 9시까지 4시간 동안 100 유닛 규모의 아파트 청소를 하고 한 달에 1200달러를 번다.

지씨는 "이제까지 청소부는 라티노나 노인들이 맡는 잡일이라고 생각해 왔다"며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중년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부족하다. 경기가 풀릴 때까지는 별 수없지 않나"고 푸념했다.

#.강선후 (48.LA한인타운) 씨는 지난달부터 K중식당에서 배달을 시작했다. 올해 초까지 한인택시업체를 직접 운영했지만 불경기와 과다경쟁으로 손님은 크게 줄어들었다. 다섯 달 정도 적자운영을 하던 강씨는 택시회사를 그만 두고 다른 일거리를 찾아봤지만 마땅치 않았다.

20대 초반부터 원단 세일즈 의류 도매업 택시업체까지 여러 가지를 해왔지만 직장경력이 없는 강씨에게 취업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인의 소개로 중식당의 배달직을 제의받아 이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강씨는 "배달업 종사자들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이 일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한 적이 없었다"며 "아파트 자동차 할부금을 낼 정도는 벌 수 있으니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경기가 깊어지면서 배달 청소 등 소위 3D업종에 한인 중년들이 몰리고 있다. 아파트 렌트비 등 최소한의 생활 유지를 위해 일자리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구직자가 넘치면서 3D직종의 일자리도 쉽지만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구직을 희망하는 중년층 대부분이 관련업계의 경험이 없고 연령대도 높아 직원으로 고용하기에 애로가 많다는 것. 무비자로 입국해 눌러 앉은 이들도 구직 대열에 합류해 일자리 구하기 경쟁을 더하고 있는 실정이다.

LA한인타운에서 청소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조신우씨는 "최근 일자리를 달라는 중년 남성들이 늘고 있다"며 "그러나 청소 경험이 전혀 없는 중년 남자들보다는 젊은 라티노를 고용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황준민 기자 hjm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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