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쓰면 … 최고 연 12% 적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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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최고 금리 연 7%에 이어, 연 12%까지….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고금리 적금상품을 내놓고 있다. 적금 고객을 유치하는 게 주목적이 아니다. 신용카드 이용을 늘리려는 마케팅 전략이다.

 신한은행은 25일부터 최고 금리가 연 12%인 ‘생활의 지혜 적금 점프’를 판매한다. 기본금리는 연 3.2%이지만 ‘에스모어 생활의 지혜 카드’를 얼마나 쓰느냐에 따라 우대금리를 최고 8.8%까지 준다. 배(기본금리)보다 배꼽(우대금리)이 큰 셈이다.


 이 상품은 전월에 쓴 카드 금액에 따라 그달 저축분의 우대금리가 달라진다. 전달 카드 사용액이 25만원 미만이면 연 0.2%포인트뿐이지만, 카드 사용액이 클수록 우대금리가 뛴다. 카드로 100만~125만원을 쓰면 연 6.5%포인트, 125만~150만원은 연 7.5%포인트 금리를 더 얹어 준다. 월 저축액은 30만원까지로 제한된다.

 ‘생활의 지혜 적금 점프’는 이달 초 우리은행이 출시한 ‘매직7적금’에 대응해 나온 상품이다. 매직7적금은 우리카드 이용 실적에 따라 최고 7% 금리를 주는 정기적금. 지난 21일까지 11만 988계좌가 팔리며 인기를 끌었다. 이미 판매한도(2조5000억원)의 절반가량이 찼을 정도다. 기본금리는 연 4%이지만 우리카드를 전년도보다 연 500만~1000만원 이상 더 쓰면 연 3%포인트 우대금리를 준다. 이 은행 개인영업전략부 김태수 과장은 “당초 연말까지 판매할 계획이었지만 다음 달쯤 소진될 듯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상품 모두 최고 금리를 받기가 까다롭다. 생활의 지혜 적금 점프는 월 150만원 이상 카드를 쓰고 거래 실적을 채워야 한다. 매직7적금은 월 저축액이 25만~50만원이라면 전년도보다 1000만원 이상 카드를 더 써야 한다. 홍보 문구에 혹해서 가입했다가는 실제 손에 쥐는 이자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

 카드사에 외형 확대 자제를 주문해온 금융당국의 감독 방향과도 배치된다. 카드 소비를 부추기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 증가율을 12%로 제한한 규제도 교묘하게 피한다. 마케팅 비용을 카드사가 아닌 은행이 부담하는 구조다. 금융감독원 이준수 여신전문총괄팀장은 “카드·적금 결합상품이 카드사에 대한 건전성 규제 틀을 벗어나지 않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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