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 바이올린 자리 대신한 김세황의 전자기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세계 처음으로 비발디 ‘사계’를 전자기타로 연주한 김세황. [사진작가 강영호]

전자기타가 바이올린을 대신할 수 있을까. 록밴드 넥스트의 기타리스트 김세황(40)이 장르의 벽을 허문 앨범 ‘김세황의 안토니오 비발디 사계’를 발표했다. 비발디의 ‘사계’ 전 악장을 전자기타로 연주했다. 단순히 클래식 음악을 록으로 탈바꿈시킨 게 아니라, 실내악 편성의 한 부분으로 집어넣었다.

김세황의 기타가 바이올린 솔리스트 자리를 꿰찼다.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들과 ‘봄·여름·가을·겨울’ 전 악장을 협연했다. 이런 식으로 연주된 ‘사계’ 음반은 세계 최초다.

 “하루 12시간씩 연습했어요. 전자기타는 음을 증폭시키는 방식이고 클래식은 자연 발생적인 소리라 융합이 쉽지 않더라고요. 물과 기름을 섞는 것과 비슷했는데, 가장 조화로운 소리를 결국 찾아냈죠.”

 그는 어려서부터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두루 접하며 성장했다. 클래식 기타를 전공한 어머니 덕분에 바이올린·피아노 등을 익혔다. 외교관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진로가 바뀌었다.

 열 살 때 전설의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의 연주를 TV에서 보고선 전자기타에 푹 빠져들었다. 12년간 미국 생활을 마친 뒤에는 넥스트·노바소닉 등에서 록 기타리스트로 명성을 쌓았다. 하지만 한 켠에 해결되지 못한 꿈이 꿈틀대고 있었다.

 “무대에서는 록을 연주하지만 혼자 있을 때는 주로 클래식을 들었어요. 클래식을 전자기타로 연주하면 어떨까 늘 생각했죠. 순수 음악을 나름의 방식으로 개량시키는 작업이죠. 음악의 진화란 게 그런 것 아닐까요.”

 이번 음반은 그런 꿈이 구체화된 것이다. 하지만 클래식과 대중음악 사이의 벽도 실감했다고 했다. 클래식 실내악 연주의 한 파트로 들어갔음에도 국내 음반 매장에선 ‘크로스오버’로 분류됐다.

 “미국 ‘아이튠즈’ 사이트에는 제 사계 음반이 클래식으로 분류돼 있어요. 저는 분명 클래식 음악을 연주했지만 국내에선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더라고요. 제가 풀어야 할 숙제죠.”

 그는 앞으로도 모차르트·베토벤 등 클래식 명곡을 전자기타로 연주하는 작업을 계속할 생각이다. 그는 “클래식을 전자기타로 연주하는 작업을 통해 진보된 음악을 선보이고 싶다. 한 명의 기타리스트라기보다 한 명의 음악가로서 기억되고 싶은 꿈이 있다”고 말했다.  

정강현 기자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넥스트 멤버(기타)

1971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