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미국 흔들리자 다시 ‘엔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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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엔화 가치가 사상 최고치에 바짝 다가섰다. 전방위로 번지는 유럽의 재정 위기와 둔화세를 보이는 미국 경제가 엔화 가치를 밀어 올린 것이다. 다시 찾아온 ‘엔고’가 대지진으로 타격을 입은 일본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면서 시장 개입의 망령도 되살아나고 있다.

 14일 도쿄 외환 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장중 한때 달러당 78.45엔까지 치솟았다. 3월 대지진 직후 최고치인 76.25엔에 근접했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79엔대에 머물렀다.

 엔화 강세를 부추기는 것은 외부의 악재다. 유로존의 재정 위기가 이탈리아까지 번지면서 안전 자산 수요가 늘어난 탓이다. 게다가 유로존이 재정 위기의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유로화가 약세를 이어갈 경우 엔화 가치는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달러화 약세도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3일(현지시간) 3차 양적완화를 시사한 데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달러화는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기업은 ‘엔고’라는 복병을 만나 아우성치고 있다. 대지진과 전력난에 엔고까지 가세해 기업의 수익성과 국제 경쟁력이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정부의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당장 시장에 개입하지 않고 있으나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은 “엔화의 움직임이 다소 한쪽 방향으로 치우치고 있다”며 “엔화 강세가 지속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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