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선동과 불법에 멍드는 한진중공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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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어제 부산시 영도의 한진중공업을 찾았다.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앞서 시위를 벌인 민주노동당 이정희, 진보신당 조승수,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와 민주당의 정동영·천정배 의원 대열에 자신도 합류하려는 것이다. 노동계의 환심도 사고, 정치적으로도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에는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 같다.

 한진중공업은 지난달 27일 노사합의로 6개월에 걸친 파업에 종지부를 찍었다. 게다가 이달 초 중형 컨테이너선 4척을 수주했다. 회사가 장기파업의 후유증을 추스르고 가까스로 정상화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정치권이 이를 들쑤시면서 정상 조업을 방해하고 있는 셈이다. 오죽하면 근로자들이 “회사 사정도 모르면서 왜 나서느냐”고 부르짖고, 부산시민들이 “외부세력 개입을 규탄한다”고 반발하겠는가.

 지난 주말 정치권과 노동계의 ‘희망버스’ 시위로 부산 시민들도 홍역을 치렀다. 시위 참가자들이 고성을 지르고 도로 곳곳에 함부로 방뇨하면서 쓰레기를 마구 버린 것이다. 이튿날 수거한 쓰레기가 30t을 넘는다고 한다. 이에 부산시장과 시의회 의장 등이 한목소리로 “외부세력이 부산을 망치고 기업을 죽인다”며 항의하고 있다. 시민들도 이달 30일로 예정된 3차 희망버스 시위를 저지하겠다고 한다. 자칫 시위대가 경찰이 아니라 주민·근로자와 대치할 판이다. 그렇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시위인가. 정치권이야 내년 총선과 대선을, 노동계는 복수노조 시대 주도권을 노린다지만 시민과 근로자는 뭔가. 그저 정치적 선동과 포퓰리즘의 희생자일 뿐인가.

 지금은 일단 한진중공업의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진정 근로자를 위하는 자세다. 조업에 차질을 빚어 경영난이 심화되면, 그래서 정리해고쯤이 아니라 회사가 아예 문을 닫게 된다면 민주당과 민주노총이 책임을 질 것인가. 과연 야당 정치인들에게 한진중공업 근로자를 위한 진정성은 있나. 그동안 얼굴 한번 비치지 않다가 파업이 끝난 후에야 뒤늦게 달려와 불을 댕기는 것은 뭔가. 한진중공업을 무대로 펼치는 선동과 불법을 당장 중지하라. ‘희망버스’ 시위도 중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