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진세 “고물가 시대, 가격이 무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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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편의점 업체인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는 14일 코카콜라와 칠성사이다를 비롯한 8개 품목의 가격을 10~19.4% 내린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소주·라면·우유 같은 주요 생필품 아홉 가지의 가격을 내린 데 이어 8개월여 만에 추가로 가격을 인하하는 것이다. 편의점은 제품 가격보다 매장 접근성이나 24시간 영업 등 소비자 편의에 주력하는 업태인 만큼 잇따른 가격 할인전략은 편의점업체로선 이례적이다.

 가격 인하는 이 회사 소진세(61·사진) 대표가 주도했다. 소 대표는 1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고물가 시대에 편의점의 진짜 무기는 가격 경쟁력”이라며 “일부 품목에 한해선 편의점뿐 아니라 대형마트와도 맞붙어도 밀리지 않도록 해 편의점으로 오는 소비자를 늘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고물가와 사태로 인해 소비자들은 편의점 제품 값에도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며 “편의점 점포수가 2만여 개를 넘어서는 시대에 다른 업체들과 같은 가격을 받아서는 승산이 없다”고 덧붙였다. 세븐일레븐의 잇따른 가격 인하에 시장의 반응도 우호적이다. 지난해 말 1차로 값을 내린 제품은 올 들어 현재까지 판매량이 33.4%가량 늘었다. 연관 구매상품 판매도 10.4% 올랐다. 세븐일레븐 점포 수는 5300여 개(7월 초 현재)로 편의점 업계 2위인 GS25(점포수 5500여 개)에 바짝 다가섰다.

 소 대표는 1977년 롯데쇼핑에 입사해 본점장·마케팅본부장 등 요직을 거쳤다. 지난해 세븐일레븐 대표에 취임해 만년 업계 3~4위권에 맴돌던 회사를 2위에 육박하는 업체로 키워 냈다. 올해 세븐일레븐의 매출 목표는 2조2000억원이다. 최고경영자지만 점포를 새로 낼 때는 자정까지 퇴근하지 않고 하나하나 개점 현장을 챙긴다.

 소 대표는 최근 ‘1만원 점심 시대’를 맞아 도시락류 제품군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 내놓은 1950원짜리 ‘킹왕짱 도시락’은 출시 일주일 만에 4만여 개가 팔렸다. 그는 “일본은 도시락 같은 음식료품 매출이 편의점 전체의 30~40%에 달하는 반면 국내 편의점의 식료품 매출은 5~7%선에 불과해 포화상태에 이른 편의점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도 식품 매출을 집중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 대표는 “편의점이라고 해서 가격이 비쌀 이유는 없다”며 “좋은 제품을 싸게 파는 게 유통업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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