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박지만씨, 저축은행 의혹 제대로 밝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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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박지만씨는 18년간 집권한 박정희 대통령의 아들이자 차기 여론조사 압도적 1위를 달리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남동생이다. 그래서 그는 교우관계를 비롯한 몸가짐에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 많은 이가 이권(利權)이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접근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박씨가 구속된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과 각별한 친구 관계임이 드러나 국민의 비상한 눈길을 받고 있다. 두 사람은 비슷한 나이로 수년 전부터 교유했다. 신씨가 연행되기 수시간 전에도 같이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박씨의 부인 서향희 변호사는 영업정지 전까지 삼화저축은행의 고문변호사를 지냈다. 이 은행은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의 여동생에게 매달 500만원, 임종석 전 열린우리당 의원의 보좌관에게 매달 3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신씨의 대(對)정치권 로비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박지만씨는 “신씨와는 친구일 뿐 로비고 무엇이고 아무 관계가 없는데 왜 (야당이) 그렇게 이상하게 몰고 가느냐”고 밝힌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를 언급하며 언론에 “본인(박지만)이 확실하게 말했으니 그걸로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발언들은 많은 국민의 의구심을 가볍게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범법(犯法)의 혐의가 없는데 단순한 친교가 왜 문제가 되느냐는 시각인 듯하다. 친교를 갖기 전에 그 사람을 철저히 조사할 수도 없다는 사정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박씨는 일반 시민이 아니다. 가능성 있는 차기 권력의 핵심 친인척이다. 그러므로 국민의 우려를 씻을 만한 책임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 더구나 박씨의 ‘친구’라는 인물은 금괴 관련 사업 세금문제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박씨는 두 사람의 교유가 어떤 내용인지, 부인의 고문변호사 역할은 어떤 것이었으며 부부가 로비에 연루된 정황은 없는지에 관해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 박 전 대표는 동생의 간단한 해명만으로 일을 덮을 게 아니라 동생에게 적극적인 설명을 설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