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학생 선발권 대학에 돌려주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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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나라당이 어제 학생 선발권을 대학에 돌려주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정부와 여당이 강조하는 고교등급제.본고사.기여입학제 금지라는 3불(不)정책이 교육발전 방향에 역행한다며 이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우리가 누차 지적했듯이 학생 선발권은 대학이 가져야 한다. 대학이 교육 목표에 맞는 학생들을 자유롭게 뽑아 교육할 때 대학의 경쟁력도 생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온갖 규제책을 마련해 대학의 손발을 묶으려 하고 있다. 대학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교사들에게 보낸 스승의 날 메시지에서 "우수한 학생을 키우는 일보다 시험 성적이 좋은 학생을 뽑는 데만 치중하는 일부 대학교의 욕심이 우리 공교육의 근간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한 것도 그 같은 불신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고교 평준화에도 불구하고 지역.학교간 학력 격차는 엄존한다. 이를 무시한 채 획일화를 강요하는 게 바로 고교등급제 금지다. 교육부는 지난해 수시모집에서 서울의 몇몇 대학이 고교간 차등을 두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기도 했다. 우수 학생 선발보다는 평등에 무게를 둔 조치라 할 수 있다. 그래 놓고선 시험 성적이 좋은 학생을 선발하려 한다고 대학들을 비판할 수 있는가. 개정안이 각 고교의 교육과정과 특성 등을 평가하는 고교종합평가제의 도입을 제시한 것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본고사나 기여입학제를 급격하게 도입할 경우 부작용도 작지 않을 것이다. 기여입학제 문제는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개정안이 1단계로 내신제도를 개편한 뒤 2012년 본고사와 기여입학제를 허용토록 하는 등 3단계로 나눈 것은 수긍이 간다.

대입제도를 하루아침에 바꿔서는 안 될 일이지만 부작용을 알면서도 방치하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다. 정부와 여당은 3불정책에만 매달리지 말고 야당과 머리를 맞대고 대학의 경쟁력을 높일 방안 마련에 나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