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스스로 판단할 능력 충분…두발규제 설득력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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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신 오후6시15분> 두발규제철폐집회 해산

당초 오후 6시까지 진행 예정이던 '두발제한폐지.학생인권을 위한 전국 동시다발 무기한 거리축제'는 예정시간보다 40여분이나 빠른 오후 5시 20분쯤 끝이 났다.

'두발규제철폐'촉구 집회를 주관한 네트워크 측은 "계획했던 행사들을 모두 치른만큼 행사 예정시간이라는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라며 집회를 조기에 마치는 이유를 설명했다. 50여명에 불과했던 참가 학생은 집회가 끝날 무렵 70여명선까지 늘었으나, 당초 예상에는 미치지 못했다.

네트워크 측은 집회를 마친 다음 학생보호 등을 위해 참가학생들을 인근 광화문 역까지 인솔해갔다.

네트워크 측 관계자는 "오늘 집회에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오지 않아 섭섭하다"면서도 "우리가 주장하는 바를 모두 말했고, 무사히 집회를 마쳐서 다행"이란 반응을 보였다. 별다른 충돌없이 집회가 끝난 것에 대해, 현장지도를 나온 서울교육청과 교사들은 한시름 덜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교사들은 집회 참여가 저조한 이유로 "이번 주초 교육부의 두발규제 완화 권고안이 일선 학교에 내려오는 등 학생들이 집회에 참석할 명분이 약해졌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현장에 나왔던 서울지역의 한 고교 교사는 "우리 학교의 경우 중간고사 끝난 다음부터 학생과 학부모.교사가 참여하는 '3자 위원회'를 만들어 두발.복장 관련 규정 완화를 논의 중"이라며 "거의 모든 학교에서 이같은 위원회가 꾸려져 운영되고 있는만큼 학생들도 '학내에서 (두발규제철폐 등을)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 말했다.

집회에 참석했던 학생들은 그러나, '두발규제의 완전철폐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자신을 중학교 2학년이라 밝힌 한 여학생은 "선생님은 머리 기르고 파마하면서 왜 우리는 못하게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학생 스스로에게도 판단할 능력이 충분한 만큼 '두발자율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지역의 실업계 고교에 재학 중이라는 남학생도 "과학고나 외고 등 공부잘하는 학교에서는 두발관련 규정이 엄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있다"며 "머리가 길면 공부 못한다는 선생님들의 말씀은 설득력이 없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한편 이날 오후 6시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는 '두발자유를 위한 학생운동본부'가 주관하는 '두발 자유를 위한 청소년 행동의 날' 촛불 문화제가 열린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주제의 집회가 연이어 열리는 것을 두고 일부에선 '두 단체간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네트워크 측은 학생운동본부가 주관하는 촛불문화제에 대해 "정치단체의 집회로 학생들의 뜻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두발자유를 위한 학생운동본부'는 지난 7일 내신등급제 반대 촛불집회를 열었던 '21세기 청소년 공동체 희망'등 8개 단체로 구성된 '시민사회운동본부'에 속해있다.

<#제2신 오후4시20분> 참여저조로 집회 시작 미뤄져

집회 시작 예정시간이 1시간이나 지난 오후 4시.

'적어도 100여명은 올 것'이란 네트워크 측 주장과 달리 집회 장소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광화문 정보통신부 앞 인도에 모여 앉은 학생은 대략 30명선.

주최 측 자원봉사자 20여명을 합쳐도 집회 참석자는 50명에 불과했다.

예상과 다른 저조한 참석으로 오후 3시 시작되려던 집회는 50분이 지난 3시50분이 되어서야 시작됐다.

집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자유발언대 등을 통해 "강압적인 두발규제는 인권침해"라 주장했으나 저조한 참석으로 인해 다소 허탈한 모습이었다.

이날 집회를 마련한 '학생인권수호전국네트워크'측은 "집회장소 부근에서 학교 선생님이나 교육청 관계자들이 학생들의 얼굴 사진을 찍고 있어 학생들이 집회 장소로 오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집회 장소 주변을 배회하는 학생수는 오후 4시 현재 20여명(경찰추산)에 불과했다.

'썰렁한' 집회 현장을 지나치던 시민들도 저조한 학생참여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학교 2학년 딸을 뒀다는 김모(40.여)씨는 "일부 단속이 심한 학교도 있는 것같지만, 예전처럼 단속이 심하지 않다"며 "학생이란 배우는 신분인 만큼 단정한 용모를 유지하기 위한 두발단속을 마냥 나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 말했다.

자신을 동작구의 한 중학교 교사라 밝힌 안모(47)씨는 "우리 학교의 경우 '단정한 머리'를 요구할 뿐 지나친 단속은 하고 있지 않다"며 "두발규제철폐문제가 시내 한복판에서 시위를 할 만큼 중요한 일인지 학생들 스스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 지적했다.

네티즌 서종석씨는 "단정함을 잃은 학생에 대한 강력한 조치는 필요하겠지만, 무조건 스포츠형 머리를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학생과 학부모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기준을 정하고 이에 어긋나는 경우 합당한 제재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1신 오후2시50분> 집회장 주변 한산

'두발제한폐지.학생인권보장을 위한 전국 동시다발 무기한 거리축제' 개최를 10여분 앞둔 서울 광화문 정보통신부 앞 인도는 대체로 한산한 분위기다.

행사를 주최하는 '학생인권수호전국네트워크(nocut.idoo.net)'측 자원봉사자 20여명만이 행사 진행을 위한 부스를 차리고 있다.

이들은 부스에서 '학생인권보장하라'.'두발제한폐지'등의 주장을 담은 팜플렛을 나눠주고 있다.

이날 행사는 '각 학교 학생회장 발언'.'교사에게 적용하고픈 교칙 선포'.'청소년 인권 선언문 낭독'등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강제이발 실태를 알리는 퍼포먼스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네트워크 측 관계자는 "오늘 행사는 학생인권을 보장하고 두발제한을 폐지하라는 청소년들의 순수한 거리축제"라며 "스케치북과 크레파스가 준비물일 정도로 평화적인 축제"라 강조했다.

'생각보다 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하다'는 지적에 대해 "당초 100 ̄150여명의 학생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각급 학교에서 행사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학생들에게 참석하지 말 것을 강조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5호선 광화문 역등 인근 지하철역 부근에는 현장지도를 위해 나온 서울시내 각급 학교의 교사 및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이날 현장에는 710여명의 교사가 귀가 지도 등을 위해 배치됐다.

경찰도 시위현장 부근에 18개 중대 1800여명의 경찰력을 배치,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현장지도를 나온 강북지역의 한 인문계고교 교사는 "우리학교의 경우 학생들 대부분 '적당한 선'에서의 두발규제에 찬성하는 분위기"라며 "단정한 용모의 중요성을 학생들이 잘 알고 있는 만큼 집회 참석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이수기.김호정 기자

[오늘 오후 광화문서 두발규제 반대 집회]

지난 7일 내신 위주의 대학입시제도에 반대하는 중.고생의 촛불집회 및 자살학생 추모제가 열린데 이어 14일 오후 광화문에는 두발제한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린다.

'학생인권수호전국네트워크(nocut.idoo.net)'는 이날 오후 3시 광화문 정보통신부 앞 인도에서 '두발제한폐지.학생인권보장을 위한 전국 동시다발 무기한 거리축제'를 강행한다고 밝혔다.

네트워크 측은 행사를 통해 두발 규제와 강제적인 야간자율보충학습.교사의 폭력 및 억압.학생회 탄압 등 학생인권 전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비난여론을 의식한 듯 "교육계 등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고교 내신 등급제 등 정치적 색채가 짙은 주제를 다룰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네트워크 측 행사에 이어 오후 6시부터는 '두발자유를 위한 학생운동본부' 주최로 '두발 자유를 위한 청소년 행동의 날' 촛불 문화제가 열린다.

네트워크 측은 당초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주제로 열리는 촛불 문화제에 대해 "정치단체의 집회로 학생들의 뜻이 왜곡될 우려가 크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으나, 13일 두 단체의 공동입장 발표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학생답게 생활하라는데 무슨 집회냐"

주말 오후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열리는 '두발규제 폐지를 위한 거리행사'에 대해 네티즌과 일반 시민들은 대체로 차가운 시선을 보였다.

이날 행사 소식이 알려지면서 중앙일보 인터넷 사이트와 주요 포털사이트 등에는 거리행사를 비난하는 댓글이 쏟아졌다.

중앙일보 인터넷 사이트에 의견을 올린 김동균씨는 "학생으로서 학생답게 생활하라는 취지로 머리 좀 단정히 하라는게 무슨 시위거리나 되느냐"고 말했다.

진재훈씨는 "청소년들은 스스로에게 이중잣대를 가지고 있는 것같다"면서 "투표연령을 낮추고, 두발자유화를 주장할때는 '성숙한 인격체'임을 주장하면서 정작 범죄 등을 저지르거나 할때는 보호의 대상임을 자처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청소년들의 집회가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어른들에 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이번 두발자유 문제를 주도하고 있는 단체나 조직의 핵심 인물 대부분이 중.고교생이 아닌 대학생이나 재수생"이라면서 "순수성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할 학생운동이 중.고생이 아닌 사람이나 특정 정당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또 "두발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학생 등 학내 구성원들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두발)기준을 정하고 이 기준에 따라 교원들의 지도방식이 개선되고, 학생들도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 교육청은 광화문 두발 집회와 관련, 현장에 본청 장학관.장학사와 중.고교 교사 등 1128명을 배치해 안전지도 및 일탈 행위를 방지토록 할 방침이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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