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심 흔든 '허준호 카리스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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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2002년 첫 일본 순회공연에서 5만 여명의 관객을 동원해 화제를 모았던 뮤지컬 '갬블러(사진)'가 두번째 일본 순회공연에서도 바람몰이를 하고 있다.

12일 오후 도쿄 시내 한복판에 자리잡은 도쿄후생연금회관에서 열린 '갬블러' 공연은 일본 내에서 '한국판 갬블러'의 인기를 다시 한번 확인해 준 무대였다.

빗방울이 간간히 뿌리는 가운데 '한류 뮤지컬'이라는 안내판을 붙여 놓은 공연장으로 모인 1800여 관객들은 주로 40~50대였다. 1막이 끝날 때까지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다. 1막 마지막을 장식한 정선아의 빼어난 노래 솜씨에 압도됐던 걸까? 아니면 카지노 보스역을 맡은 허준호의 강렬한 카리스마에 짓눌렸던 걸까? 허준호는 이번 공연을 기획한 일본 민주음악협회측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2002년 순회공연 멤버 중 유일하게 '살아남아' 참가하게 됐다. 본격적으로 관객들의 흥이 오르기 시작한 것은 2막 첫머리에서 신예 배우 김호영이 능청스럽게 '여장 남자'역을 선보이면서부터. 아줌마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커지기 시작했고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공연 마지막 부분 1970~80년대 팝송팬들에게 친숙한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타임'이 울려퍼지자 감회에 젖은 듯 객석은 다시 차분해졌다. 마침내 막이 내리자 수십 명의 아줌마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물론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공연은 아니었다. 허준호가 홍콩에서 영화를 찍다 뒤늦게 합류한 탓도 있을 것이다. 쇼걸들의 오디션 등 일부 대목들은 어딘지 어색해 보였다. 하지만 일본 관객들은 일본 배우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선 굵은 연기에 매료된 듯 했다. 몇몇 주부 팬들은 허준호를 보기 위해 공연 후 식사장소까지 따라오기도 했다. 한 여성은 "눈빛만 봐도 빨려들어갈 것 같다"며 즐거워 했다.

이번 순회공연은 11일 시작됐다. 이제 겨우 이틀 공연했을 뿐이다. 다음달 10일까지 군마현.오사카 등 8개 도시에서 모두 27회 공연한다. 민주음악협회는 전체 티켓의 85% 정도가 팔렸다고 밝혔다. 괜찮은 실적이이다. 한류 열풍에 뮤지컬도 작은 실바람 하나 보태고 있다.

도쿄=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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