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 찬호, 따냈다 첫 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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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가 활짝 웃었다. 22일 일본 프로야구 무대에서 두 번째 등판 만에 첫 승리를 거둔 박찬호가 환호하는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박찬호는 경기장에 모인 팬들을 향해 “힘 있는 응원을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교토=연합뉴스]


오릭스 박찬호(38)가 일본 프로야구 첫 승리를 거뒀다. 박찬호는 22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벌어진 세이부와의 홈경기에서 7이닝 동안 안타 3개만을 내주며 무실점 역투했다. 박찬호를 괴롭혔던 비관적인 시선을 걷어낼 만한 피칭이었다.

 박찬호는 이날 최고 구속 146㎞를 기록했다. 그러나 파워보다는 날카로운 변화구와 정교한 제구력으로 일본 타자들을 잡아냈다. 박찬호는 투구수 108개를 기록하는 동안 직구를 44개밖에 던지지 않았다. 대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컷패스트볼 등 다양한 변화구로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을 찔렀다. 변화구 제구력이 워낙 뛰어나 정교하다는 일본 타자들도 꼼짝 없이 당했다. “일본 타자들이 공을 잘 골라내기 때문에 박찬호가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박찬호는 1회 초 선두타자 가타오카 야스유키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며 깔끔하게 출발했지만 연속 볼넷을 내주며 1사 1, 2루 위기를 맞았다. 이후 나카무라 다케야와 페르난데스를 범타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2회에는 선두타자 브라운과 아사무라 히데토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지만 동료 수비수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겼다.

 오릭스가 3회 말 선취점을 내자 박찬호의 피칭에 힘이 붙었다. 2사 1루에서 페르난데스를 상대로 이날 최고 구속인 146㎞ 강속구와 134㎞ 슬라이더를 던져 삼진 처리했다. 2-0으로 앞선 4회에는 1사 2루 위기를 맞았지만 후속 타자를 삼진과 땅볼로 처리하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5회부터는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했다. 5회와 6회를 삼자범퇴로 막아냈고, 7회 선두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2루 도루를 잡아냈고, 후속 타자를 삼진과 범타로 막아냈다. 7회까지 무실점을 기록한 박찬호는 8회 히라노 요시히사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오릭스 불펜은 2-0 리드를 끝까지 지키며 박찬호의 첫 승을 도왔다. 메이저리그 아시아인 최다승(124승) 투수인 박찬호는 빅리그 17년 생활을 마무리하고 올해 일본 무대에 도전했다. 일본에 진출하며 “우선 1승을 목표로 하겠다”고 했던 박찬호는 일본 등판 두 경기 만에 승리를 따냈다. 경기 후 박찬호는 “오늘 코리안데이 행사가 있는 날인데, 많은 교민들 앞에서 승리를 따내 기쁘다. 홈 경기에서 첫 승을 올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찬호의 이날 승리에는 이승엽(35)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6번 타자로 선발 출장한 이승엽은 0-0이던 2회 말 무사 1루에서 세이부 선발 마키타 가즈히사의 바깥쪽 직구를 잡아당겨 우중간 안타를 만들어냈다. 3루까지 진출한 이승엽은 야마사키 고지의 얕은 중견수 플라이 때 과감하게 홈으로 쇄도했다. 이승엽은 몸을 날리는 슬라이딩으로 포수를 넘어뜨리며 선취 득점이자 결승 득점을 올렸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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