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이세돌 9단은 몇 수까지 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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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본선 8강전>
○·구리 9단 ●·이세돌 9단

제15보(164~172)=전보 백△와 흑▲의 교환은 심오하다. 비수 같은 구리의 백△를 이세돌은 정중동(靜中動)의 묘수(흑▲)로 잠재웠다. 164로 끊었으나 165로 두어 사는 수는 없다. 한데 그 다음의 일합이 또 한번 가슴을 친다. 구리 9단이 166에 막자 이세돌 9단은 167로 응수한다. 이 일합 속엔 무슨 비밀이 숨어 있을까.

 ‘참고도 1’ 백1로 두어도 백은 12까지 두 집을 낼 수 없다. (10은 먹여 침) 그러나 ‘참고도 2’ 백1이 선수로 들어 3, 5로 막아가게 된다. 귀의 흑은 1선에 뻗는 수(흑6)가 있어 삶을 도모할 수 있지만 백 대마도 7을 선수한 뒤 9가 다시 선수로 들어 여기서 한 집이 난다. 11까지 대마가 살아버린다. 이걸 막은 수가 실전 167이다.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이세돌 9단 같은 고수들은 몇 수까지 봅니까.”

  그 질문에 고수들은 웃을 뿐 대답할 방법이 없다. 지금 같은 ‘외길 수읽기’에선 수십 수가 아니라 100여 수까지도 볼 수 있지만 어떤 때는 단 한 수 앞도 내다볼 수 없다. 그게 바둑이다. 그렇다면 우상에서의 긴 접전은 무엇을 남겼을까. 대마는 죽었지만 백은 166을 얻었다. A의 비마가 흑의 선수였음을 감안할 때 10집을 얻어낸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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