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성향 시민단체의 4·19 걷기대회…곽노현 “중·고생 2000명 참여시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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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곽노현(사진) 서울시교육감이 서울지역 중·고교에 ‘4·19 민주올레’ 행사 참여 독려 공문을 일제히 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정치 성향을 띤 단체에 행사를 위탁해 학생을 동원하는 모양새여서 ‘관치 행정’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13일 학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곽 교육감은 16일 오후 1~5시 교수시위 출발지였던 서울 혜화동 마로니에공원과 4·19 관련 장소들을 참가자들이 걷는 행사를 열겠다며 참가 협조 공문을 각 학교에 보냈다. 공문에 따르면 행사는 이해찬 전 총리가 대표로 있는 ‘시민주권’이라는 단체에 위탁해 진행된다. 행사 목적은 ‘학생들의 인권의식 함양을 통해 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토대 마련’이라고 적혀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중1을 제외한 중·고생 2000명이 참가 대상으로 참가할 학생 명단을 업무관리 시스템 첨부파일로 제출해줄 것을 요구했다. 참가 학생에게는 현장체험학습 확인서를 발급해준다.

 익명을 원한 고교 교장은 “교육청 장학사들이 전화를 걸어 참가를 종용하기도 했다”며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이런 방식으로 학생을 동원하느냐”고 비판했다. 다른 교장은 “애국·호국 행사도 가능할 텐데 민주·인권만 내걸어 학생들에게 잘못된 정치 성향을 접하게 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박정수 교수(행정학과)는 “정치적 성향이 있는 단체가 주관해 이념교육의 장이 될까 우려스럽다”며 “체험학습확인서 발급과 공문을 통한 참여 독려는 동원교육이자 관치”라고 지적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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