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방개혁안, 의견 수렴 제대로 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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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부의 ‘국방개혁 307 계획’ 중 각군 참모총장에게도 군령권을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 박종헌 공군참모총장이 보완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그 방향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공군의 작전지휘 측면에서다. 그는 “공군 작전은 10∼15분이면 상황이 종료돼 작전지휘 계통 근무자들은 거의 24시간 동안 상황실 주위에서 대기해야 한다”면서 “공군 총장이 작전권을 가지면 이런 상태로 있어야 해 군사외교와 방산업무 등의 다른 (중요한)업무를 맡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다른 하나는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군에 전환되더라도 공군은 미 7공군사령관(중장)의 작전통제를 받게 된다는 점이다. 이 경우 4성 장군인 한국 공군 총장이 미국 3성 장군의 지휘를 받게 돼 연합작전 지휘체계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 등 각군 참모총장을 작전지휘 계선에 포함시키자는 측은 이렇게 함으로써 일사불란한 명령·지휘체계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각군에서 최고의 능력과 경험을 갖춘 참모총장을 작전계통에서 제외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지휘체계 문제에 대해 국방부에서는 공군 부참모총장(중장)을 신설해 전시에 미 7공군사령관의 지휘를 받도록 하자는 개선안도 검토 중이라는데, 국민이 바라는 것은 임기응변식 수습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안이라는 점부터 명심할 필요가 있다.

 현역 공군 참모총장의 문제 제기는 무게가 남다르다. 그는 누구보다 공군을 잘 알고 있고 유사시 공군의 대응에 깊숙이 개입해야 하는 지휘관이다. 그런데 정부의 합참개편안이 발표된 이후에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군 총장에게서 나오니 국민은 “도대체 사전 의견수렴을 어떻게 한 것인가”라며 의아해하고 있다. 군의 미래와 국민의 안보가 달린 중대 사안에서 이런 파열음이 나오니 의구심만 증폭되는 것이다.

 청와대 당국자는 개혁안에 대한 현역의 항변을 ‘항명’으로 간주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그런 차원을 넘어서는 것 같다. 이해관계 때문에 개혁의 발목을 잡는다면 항명에 해당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병력과 장비를 운용하는 전문 군의 입장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있을 수 있다. 또 그래야 한다. 국가안보 중추신경 내의 부실한 소통을 그냥 덮고 지나갈 수는 없다.

 국방부는 대통령에게 보고한 날짜에서 따와 ‘307 국방개혁안’이라고 명명했다. 아니 내부 소통은 부실하게 해놓고 대통령 보고만 마치면 그만인가. 대통령에게 다시 보고해 개혁안 이름을 바꾸는 일이 있어도 제기되는 문제들은 철저히 검증, 보완해야 한다. 누가 작전을 지휘하느냐는 군 기능의 핵심이다. 수억 달러 무기가 있어도 지휘를 잘못하면 무용지물이라는 걸 연평도 사태는 보여주었다. 지휘기능 개편은 국방개혁의 핵심이다. 해당 군인들의 순수한 문제 제기라면 그들이 납득할 수 있게 안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