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의 골프 비빔밥 (12) 기본 스윙도 안되는데 왜 변형 시도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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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일러스트=강일구]


드라이버 비거리가 220야드쯤 되는 사람이 티 박스에 들어섰는데 마침 워터 해저드가 떡 하니 버티고 있다. 드라이버로 치면 공이 딱 빠질 만한 거리다. 어떡해야 하나. 드라이버를 달래서 친다? 짧게 잡고 반 스윙만 한다? 해저드를 피해서 개미 허리 사이를 뚫고 친다? 220야드는 잘 맞았을 때의 거리니까 무시하고 냅다 친다? 여러 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지만 웬만큼 필드를 경험한 사람, 내기 골프에 단련이 된 사람이라면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라는 걸 금방 눈치챘을 것이다.

부드럽게 치든 달래 치든 다 좋다. 단, 평소에 연습장에서 그런 다양한 샷들을 연습한 사람에 한해서 그렇다. 연습장에서는 ‘죽기살기로 지르기’ 외에 전혀 다른 연습을 한 적이 없는 사람이 위험이 뻔히 보이는 핸디캡 상황에서 그런 응용 샷을 하려고 하는 것은 성공할 확률보다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을 것이라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3번 우드를 잡든 아이언을 잡든 기본 스윙으로 거리에 적합한 선택을 하는 것이 정답이다.

‘응용 샷’이나 ‘변형 샷’이 비극이 되는 경우는 티 박스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무 밑이나 심한 경사, 장애물 사이로 빼내야 하는 경우 등 각종 트러블 상황에서도 그런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골프가 다양한 상황에 대한 창조적인 적응 능력을 묻는 게임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연습도 하지 않은 샷을 실험하는 무모한 도전의 장은 절대 아니다.

마음골프학교에선 골프에 쓰여지는 동작을 다섯 가지로 구별한다. 첫 번째는 풀 스윙이고, 두 번째는 50m 전후를 보내는 스윙이다. 그리고 30m 전후를 보내는 스윙에 이어 그린 주변에서의 샷, 그리고 퍼팅이 그것이다. 풀 스윙은 그것이 드라이버건 우드건 아이언이건 ‘하나의 스윙’이라고 가르치고 나머지 쇼트 게임 스윙을 패턴화시켜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리고 충분히 연습한 ‘다섯 가지의 기본 기술’을 가지고 골프라는 게임에 나서자고 다짐을 시킨다. 즉 ‘응용 샷’이나 ‘변형 샷’은 절대 금지라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을 가르쳐 봤고 20년 넘게 실전을 경험하면서 얻은 교훈이다. 프로의 세계가 아니라 아마추어의 게임이라면 다섯 가지 기술로 해결하지 못할 상황이란 거의 없다는 생각이다. 풀 스윙 영역이라 할지라도 백 스윙이나 폴로 스로를 충분히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50m를 보내는 쇼트 게임 스윙으로 대체하고, 공을 절대 띄워서는 안 되는 상황에선 그린 주변의 샷으로 해결을 하자는 것이다. 쇼트 게임 스윙을 하면서 클럽을 바꾸면 100에서 120m까지 얼마든지 거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다.

만약 몇 가지 기본적인 동작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유독 자신이 자주 맞닥뜨리는 상황이나 지극히 취약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자신만의 샷을 개발하고 평소에 연습을 충분히 해두어야 한다. 그건 골프가 아니라도 세상살이의 당연한 이치이고 지혜가 아닌가.

험난한 상황에서 기기묘묘한 방법으로 위기를 탈출하는 것이 커다란 기쁨이 되고 술자리의 좋은 안주가 될지는 몰라도 그 이면에는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와 좌절이 자리하고 있다는 걸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골프를 하면서 기본에 충실하지도 못한 채 응용과 변형을 서슴지 않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골프가 아닌 다른 일에서도 그러고 있는 건 아닌지 자신을 돌아볼 일이다.

마음골프학교(maumgolf.com)에서 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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