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영등포구청이 모르는 ‘영등포 개발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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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전영선
사회부문 기자

“서울시가 영등포에 뭘 한대요.”

 5일 서울시가 영등포를 도심·강남과 함께 서울의 ‘3대 핵심 지역’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안을 발표한 후 영등포구 도시계획과 담당자로부터 나온 반응이다. 이날 직접 브리핑룸을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2030년 도시기본계획안’을 발표하고 “이제 여의도·영등포라는 든든한 금융허브가 대한민국과 서울의 균형발전을 견인할 새로운 중심지로 육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것은 없었다. 영등포를 ‘핵심’으로 끌어올릴 구체적인 방안을 묻자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이번 것은 선언적인 의지 표명으로 큰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구체안이 궁금해서 영등포구에도 물어봤지만 이들은 더 모르고 있었다. 영등포구 공무원들은 영등포가 3대 핵심 중 한 곳이 되면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무척 궁금해했다. 오히려 기자에게 물어보기까지 했다.

 사실 뜯어보면 이날 발표된 안은 5년 전에 나온 ‘2020년 도시기본계획안’에서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당시 1도심, 5부도심(영등포, 영동, 용산, 청량리·왕십리, 상암·수색)이었던 계획이 3핵(도심·영등포·강남), 3부핵(용산, 청량리·왕십리, 상암·수색)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영등포 발전계획은 당시에도 여의도에 밀집된 증권·보험사를 중심으로 금융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것이었다.

 아쉽게도 영등포를 국제금융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목표는 그때나 지금이나 요원하다. 서울시는 지난해 1월 여의도를 국제금융중심지구로 지정하고 ‘한국의 맨해튼’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오는 8월 여의도에 서울국제금융센터(IFC)가 완공되지만 현재 60%만 입주자를 찾았을 뿐이고 외국계 금융회사는 9개에 불과하다. 그것도 대부분 서울에 이미 진출한 금융회사가 옮겨오는 수준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이날 계획안을 발표하면서 “도시기본계획 승인권이 중앙정부에서 지방으로 이양된 후 지자체가 자율권을 갖고 만든 최초의 계획”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자율적으로 세웠다는 첫 번째 계획치곤 구체안도 없었고 해당 자치구와의 협의도 없었다. 이래선 세계 주요 도시와 경쟁하겠다는 서울시의 장래 밑그림이 제대로 그려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때가 되면 반복적으로 제시하는 장밋빛 청사진 이상의 의미를 찾기 힘든 이유다.

전영선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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