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공천파동 끝에 공천개혁 외치는 안상수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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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4일 국회 대표연설에서 ‘상향식 공천개혁’을 약속했다. 안 대표는 “그릇된 정치풍토를 바꾸는 정치문화의 대수술”이니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정치 선진화의 여정”이라는 등등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며 상향식 공천을 다짐했다. 그런데 화려한 수사에 비해 감동이 없다. 공천개혁이 필요하고, 상향식 공천이 바람직한 방향임에도 불구하고 공허하게 들린다. 불과 지난주까지 한나라당이 보여준 4·27 재·보선 공천과정의 파행(跛行)이 아직 뇌리에 생생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에서 상향식 공천개혁안을 마련한 것은 이미 두 달 전이다. 작년 7월부터 활동해온 공천개혁 특별위원회에서 일찌감치 상향공천안을 만들어 최고위원회에 상정했을 뿐 아니라 이번 재·보선 공천과정에서 이를 시험 적용하자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그동안 안 대표와 친이계 당 지도부는 이를 외면해왔다. 분당 지역에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전략공천하기 위해 애써왔다. 전략공천은 국민경선이나 여론조사 같은 상향식 공천과 정반대인 하향식 공천이다. 유권자를 무시하는 구태로 늘 비난받아온 밀실공천이다.

 그나마 하향식 공천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정 전 총리의 출마는 무산됐다. 급기야 안 대표와 청와대 일부에선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다시 출마시키는 방안까지 고려했다고 한다. 임 실장이 청와대로 들어가는 바람에 치르게 된 보궐선거에 다시 임 실장이 출마한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웃을 일’(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이다. 그래서 분당에 출마할 후보를 뽑는 방식을 최종 결정한 1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는 코미디 프로그램 ‘봉숭아 학당’이란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집권당 대표의 리더십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안상수 대표가 갑자기 전후 사정에 대한 언급 없이 ‘상향식 공천개혁’을 외치니 어리둥절하다. 그렇다고 공천개혁의 필요성이 모자라거나 방향성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진정성과 이를 추진할 동력인 리더십이다. 공천파동에 대한 비난을 피해보려는 임시방편으로 공천개혁을 얘기해선 안 된다. 상향공천을 빨리 당론으로 확정하고, 내년 총선에서 실제로 적용해야 한다. 그리고 공천개혁의 실천을 통해 안 대표는 정치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