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회당 70~80점 맞을 문제집 정해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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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연합뉴스]

“아이 마음속에 쓸쓸함, 허전함, 외로움이 있는 걸 헤아려줘야 합니다.”

일본의 교육전문가 마쓰나가 노부후미(松永暢史·54·사진)는 일하는 엄마들을 향해 이렇게 조언했다.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고 애정으로 아이를 대하라”는 것이다. 『작은 소리로 아들을 위대하게 키우는 법』 『딸은 세상의 중심으로 키워라』 등의 저서를 통해 ‘성별 차별화 교육’을 주장해 온 그가 이번엔 워킹맘을 위한 육아서 『아이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엄마』(아이앤북)를 내놨다. “최근 몇 년 사이 내가 운영하는 교육상담소에 일하는 엄마들의 상담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는 게 출간 배경이다. “워킹맘은 자녀를 자립심 강한 인재로 키우는 데 훨씬 유리하다”는 그와 e-메일 인터뷰를 했다.

워킹맘이 자녀 양육 과정에서 빠지기 쉬운 함정은.

“아이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이가 엄마의 애정에 목말라하는 상황을 알아채지 못하고 무심결에 넘겨버리는 것이나, 함께 있지 못하는 게 안쓰럽고 걱정돼 과잉보호하고 일일이 간섭하는 것 모두 문제다. 아이의 상황에 맞춰 필요를 채워줘야 한다. 그러려면 아이의 표정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또 엄마 스스로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 워킹맘은 회사에서 꾹꾹 참고 넘어가야 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집에서는 오히려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나고 울화가 치밀기 쉽다. 아이의 잘못을 이해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동안 아들과 딸의 ‘차별화 교육’을 주장해 왔는데.

“아들은 호기심이, 딸은 감수성이 무너지지 않도록 키우는 게 중요하다. 워킹맘은 아이들이 맘껏 응석을 부릴 시간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 방법도 아들이냐, 딸이냐에 따라 다르다. 남자아이들은 외롭고 쓸쓸할수록 무의식 중에 엄마와 딱 붙어 있다거나 엄마를 만져보려는 경향이 강하다. 자주 안아줘라. 반면에 여자아이들은 엄마와 대화하길 원한다. 수다 떠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하는 것이다. 잔소리쟁이 엄마가 아닌, 착하고 다정한 언니처럼 아이와 눈높이를 맞춰 이야기하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키우는 게 잘 키우는 것인가.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 아니겠나. 아이의 진로 선택 범위를 넓혀주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능력, 수학적 사고, 외국어 능력 등을 키워주는 게 중요하다. 책을 많이 읽히고 스포츠나 악기를 가르치는 것도 필요하다. 책임감·유머감각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건강하게 어린이다운 시절을 보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릴 때 실컷 놀아본 아이가 중학생 이후 쑥쑥 성장한다. 그렇다고 어떤 놀이든 다 좋다는 건 아니다. TV 시청이나 게임 등은 안 된다. 밖에서 친구들과 몸으로 부딪치며 함께 어울려 노는 놀이여야 한다.”

워킹맘에게 아이 공부는 큰 고민거리다.

“아이에게 엄마가 귀가하기 전까지 풀어놓을 문제집 분량을 정해준다. 회당 70~80점 정도 받을 수 있는 문제집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리고 저녁식사 후에 함께 답을 확인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과정이 습관으로 굳어지면 아이의 학습능력이 크게 발전한다. 틀린 문제에서 아이의 허점을 발견해 교정해 주는 것도 엄마의 임무다. ‘왜 늘 이 문제에서 틀리는 거냐’고 나무라듯 말하지 말고 ‘문제를 침착하게 또박또박 읽어보렴’ 식으로 해결 방법을 제시해 줘라.”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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