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TV 수신료 인상안, 설득력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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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현재 2500원인 TV 수신료를 3500원으로 올리는 방안이 방송통신위에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로 넘겨졌다. 결론부터 말해 이런 기형적인 인상안이 국회를 통과해선 안 된다. KBS가 만든 인상안은 경영합리화 노력을 게을리하면서 광고 수익은 앞으로도 계속 챙기겠다는 식이다. 수신료는 통합고지서가 날아들 때마다 마치 세금처럼 꼼짝없이 내야 하는 돈이다. 올릴 때는 그만한 근거와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 이번 인상안은 설득력이 없다.

 우리나라에도 BBC·NHK 같은 공영방송이 나올 때가 됐다. KBS가 진짜 공영다운 공영방송을 하겠다면 1000원이 아니라 2000원, 3000원 인상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30년 전 책정된 현행 수신료는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KBS가 제출한 방안은 공영방송을 제대로 해보겠다는 철학도 없이 인상을 전제로 짜맞추기에만 급급한 기색이 역력하다. 방송통신위가 수신료 인상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한 검토의견서만 보아도 그렇다. KBS는 중기(2010~2014년) 수지 전망을 4539억원 적자로 추정했지만 방통위가 재산정한 결과 548억원 흑자로 나타났다. 디지털 방송 전환에 필요한 재원도 방통위는 “KBS가 자구노력 방안을 시행할 경우, 수신료 인상 없이도 디지털 전환 등을 포함한 방송사 운영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경영을 잘 하면 될 일을 공연히 엄살 부리지 말라’는 뜻 아닌가.

 황당한 것은 아직 정책이 결정되지도 않은 다채널방송서비스(MMS) 사업에도 무려 1006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나선 점이다. 광고 수입 비중도 수신료가 인상되면 2009년 기준 38.5%에서 겨우 33.7%(2014년)로 낮아진다니, 이러고도 공영방송이라 할 수 있겠는가. 상업광고가 전혀 없는 BBC·NHK는 물론, 프랑스·독일 방송과도 비교하기조차 부끄럽다.

 궁극적으로 수신료 인상은 필요하다. 그러나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제대로 된 공영방송’이 전제돼야 한다. KBS 스스로 인상안을 철회하고, 국민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게끔 설득력 있는 방안을 다시 마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