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지 실사 결과 5월에 공표되면 IOC 위원 10% 평창으로 마음 바꿀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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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한 평가위원이 20일 평창을 떠나면서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실사 결과가 공표되면 10% 정도는 마음이 움직일 겁니다.”

 2018년 겨울올림픽 유치를 노리는 강원도 평창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조사평가위원회의 실사를 마쳤다. 개최지 결정 투표에 참가하는 IOC 위원 수가 103명이므로 10%면 약 10표에 해당하는 파괴력을 보였다는 것이 조직위의 자체 평가다. 여러 가지 상황이 평창에 청신호를 보내고 있다.

 구닐라 린드버그 평가위원장은 얼마 전 경쟁도시인 안시(프랑스) 실사를 마친 뒤 “안시가 IOC 권고사항을 받아들여 많이 발전했다. 프랑스 정부 의지도 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14~19일 평창 실사를 마친 뒤 평창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김황식 국무총리를 비롯해 많은 장관이 이곳을 다녀갔다. 정부 의지를 확인했다. 2014년 유치 때에 비해 발전도 했다”고 말한 뒤 “평창 주민의 뜨거운 유치 열기도 느꼈다”고 덧붙였다. 평창 유치위 관계자는 “안시에서 두 가지를 칭찬한 뒤 평창에서는 세 가지 부분에 대한 언급을 했다. 이런 대목에서 평창 점수가 더 높음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건희 IOC 위원의 분석도 긍정적이다. 실사 기간 평창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IOC평가단을 만난 이 위원은 평창의 유치 가능성에 대해 “조금 더 열심히 하면 가능성이 보인다”고 말했다. 유치위 관계자는 “이 위원은 IOC 표심을 가장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인물이다. 2010년과 2014년 분위기를 모두 알고 있다. 그런 분이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면 분명 많은 IOC 위원이 평창에 마음을 주고 있음을 수치상으로도 확인했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2018년 겨울올림픽 개최지는 7월 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리는 IOC 총회에서 IOC 위원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이 전까지 가장 중요한 이벤트가 이번 실사와 5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IOC 위원 대상 후보 도시 브리핑’이다. 5월 브리핑 때는 평창 실사 결과도 공표된다. 유치위 관계자는 “지난 두 번의 유치 때는 IOC 총회 1개월 전에 실사 결과가 나왔다. 이번에는 약 2개월 전 실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실사 결과가 IOC 위원들의 표심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과가 공표되면 각 위원 마음이 10% 정도는 평창 쪽으로 기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낙관했다. 실사 결과가 후보 도시들을 순위 매김하지는 않지만 8년을 준비한 평창은 장단점을 기술적으로 분석한 내용에서도 앞설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물론 실사 결과가 투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따라서 평창은 7월까지 남은 4개월여 동안 IOC 위원들의 마음을 붙잡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미 이건희 IOC 위원과 박용성 대한체육회장 등이 유치 최전선에서 뛰고 있다.

 19일 실사 기자회견에서 외신 기자들은 불안한 한반도 정세에 대해 공격적인 질문을 퍼붓기도 했다. 주로 뮌헨이 후보 도시로 나선 독일에서 온 기자들이다. 그러나 린드버그 위원장은 “한국은 지난 60년 동안 분단 상황에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을 훌륭하게 개최했다”고 일축했다.

 평창 실사를 마친 IOC평가단은 20일 오전 개인별로 출국을 마쳤다. 평창 주민들은 조사평가단이 지나가는 도로변에서 인간 띠를 잇고 ‘예스 평창’을 외치며 극진히 환송했다. 일주일간 각자 국가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는 평가위원들은 28일 뮌헨에 집결해 마지막 실사를 벌일 예정이다.

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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