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체벌 전면금지, 내 계산이 틀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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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교육감

곽노현(57) 서울시교육감이 교원평가를 인사·보수와 연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은 27일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학생 만족도 조사 중심의 교원평가를 해야 하고, 평가를 하는 이상 인사·보수와 일부 연계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교사를 학생이 평가하는 만큼 기업에서처럼 상대평가를 해 성과와 연계하는 방식이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친(親)전교조 성향 교육감 대부분이 인사·보수 연계는 물론 교원평가 자체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다른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는 체벌 전면금지 혼란과 관련, “100일간 준비기간을 줬는데 학교 현장은 훨씬 복잡해 내 계산과 달랐다”며 시행착오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곽 교육감은 두 시간 동안의 인터뷰 중 일부 민감한 질문에는 답을 에둘렀다.

 - 법대(방송통신대) 교수 출신으로 7개월간 교육감으로 일해보니 어떤가.

 “서울 교육은 방대해 항공모함이다. 양파라는 생각도 든다. 아는가 싶으면 모르는 게 또 나타나더라. 한국 교육의 나침반인 서울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다. (내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 교원평가 인사·보수 연계에 ‘장기적’이라는 단서를 달았는데.

 “전문직일수록 객관적 평가가 필요하다. 교사도 예외일 수 없어 교원평가의 필요성을 한 번도 부정한 적이 없다. 잘 못 가르치는 교사, 생활지도를 못하는 교사, 사도의 길을 포기한 교사가 누군지는 아이들이 가장 잘 안다. 학생 중심의 평가를 통해 교사들이 자극받는 것은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인사나 보수와 연계하는 쪽으로 갈 것이다. 그러나 연계를 잘못하면 신뢰와 존경을 바탕으로 한 교사와 학생 관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상향평준화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미세하게 설계해야 한다. 학교 내 교사연구모임, 생활지도모임이 활성화되는 등 학습공동체가 생겨나야 비로소 교원평가제도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 체벌금지 등 전교조가 주장하는 정책을 많이 추진했다. 친전교조 성향인 것 아닌가.

 “내가 보기에 옳은 것을 하는데 전교조도 주장한 것이겠지. 전교조 정책이라서 승인한 적은 없다. 취임 후 공식 정책협의를 하거나 비공식으로도 만난 적이 없다. 너무 거리를 둬 전교조가 오히려 섭섭해할 구석이 있다.”

 곽 교육감은 지난해 12월 중1, 2 대상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를 치르지 않고 창의인성교육을 하도록 한 게 취임 이후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고 했다. 일제고사 거부는 전교조의 핵심 정책이다.

 - 학생들의 실력을 평가하려면 시험은 봐야 한다.

 “난 학습 부진과 정말 싸우겠다고 했다. 학습 부진을 잡는 게 공교육의 기본 책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교육 스스로 학력신장 경쟁주의에만 목을 매왔던 것은 문제다.” 곽 교육감은 지난해 말 초등 저학년 중간·기말고사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 체벌금지를 비롯해 정책을 준비도 없이 성급하게 쏟아낸 것 아닌가.

 “7월에 체벌금지 방침을 발표한 뒤 10월 말까지면 학교가 준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내 계산법과 달랐다. 변화를 연착륙시키려면 적어도 두세 배의 기간이 필요한 것 같다. 앞으로 정책을 추진할 때 더 긴 준비와 안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교사와의 소통을 늘리기 위해 학교에 갈 때마다 평교사와 함께하는 자리를 만들겠다.”

 - 교복 자율화 발언도 저소득층의 박탈감을 모른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한참 뜸 들인 뒤) 여러 가치가 충돌할 수 있다. 정부의 복장 규제는 지나친 부분이 있다. 교복자율화가 사복을 마음대로 입는 것이라고만 볼 필요는 없다. 비싸지 않은 옷을 여러 벌 정해 골라 입으라 할 수도 있지 않나. 복장 문제는 학교가 자율로 정하면 된다.”

 - 서울 일반계고 선택제에 손을 댈 것인지.

 “선택 양상을 보면 대입 성적이 절대적이다. 기피 학교 지원책도 없어 양극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의식을 갖고 연구 중이다. 결과가 나오면 공론화하겠다.”

 - 무상급식은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있다.

 “부잣집 아이까지 급식하면 가난한 아이들 몫이 준다는 ‘부자급식론’이야말로 가난한 사람을 향해 투쟁하라고 선동하는 포퓰리즘이다. 부자를 향해 부담이 늘어난다고 하는 ‘세금급식론’도 빈부 간 계급 의식을 부추기는 행위다.”

글=김성탁·윤석만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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