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신한금융의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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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신한금융지주가 어제 이백순 전 신한은행 행장 후임으로 서진원 신한생명 사장을 선임했다. 그동안 거론돼 온 다른 유력 후보들을 제치고 서 행장을 전격 발탁(拔擢)한 것은 조직 안정을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은 올해 지독한 ‘성장통’을 앓았다. 최고경영진의 내분으로 고소·고발 사태에 휘말렸다. 새 행장 선임 과정에서도 라응찬 전 회장이나 신상훈 전 사장의 측근들이 거론되면서 겨우 봉합된 내홍(內訌)이 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신한금융의 표류를 막으려면 내분의 조기 수습이 급선무다. 이런 점에서 옛 경영진과 거리가 있는 중립적 인물인 서 행장의 발탁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할 수 있다.

 신한금융은 내년 초께 차기 회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서 행장 발탁을 계기로 능력 있고 중립적 인사로 새 판을 짜야 재도약의 기틀을 다잡을 수 있을 것이다. 서 행장의 임기는 1년3개월로 짧지만 짊어져야 할 의무는 무겁다. 하루빨리 내분의 후유증을 씻고 조직을 환골탈태(換骨奪胎)시켜야 한다. 일인(一人) 장기 지배체제와 그 독주를 견제하지 못한 허수아비 이사회도 손질해야 할 것이다. 갈가리 찢긴 내부를 화합시키려면 과감한 탕평인사도 필요하다. 재도약의 시동을 걸려면 뿌리째 흔들렸던 영업망도 안정시켜야 한다. 모두 강력한 리더십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신한금융은 저력 있는 회사다. 30년이 안 되는 짧은 기간에 한국의 리딩 뱅크로 우뚝 섰다. 자본과 분리된 전문경영, 조직원들의 탄탄한 결속력,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가 어우러져 일궈낸 빛나는 성과다. 이제 신한금융의 운명은 스스로의 손에 달렸다. 새 경영진이 기존의 강점들을 되살리는 데 성공하고, 창립 시절의 초심(初心)으로 돌아간다면 제2의 ‘신한 기적’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 반대라면 국내 금융시장에 악몽이 될 수밖에 없다. 신한금융이 우리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크다. 한국 금융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데 신한금융이 떠맡아야 할 역할도 적지 않다. 신한금융의 새로운 리더십에 기대를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