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원전 수주, 일본이 막판 뒤집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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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면서 해외 원자력발전소 수주전에서 잇따라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이 400억 달러(약 46조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를 따낸 이후 큰 자극을 받은 결과다. ‘타도 한국’을 외친 지 1년도 안 돼 일본이 저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앞으로 3개월 내에 터키와 원자력발전소 수주 협상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라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이 24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방일 중인 터키의 타네르 이을드즈 에너지·천연자원부 장관은 이날 오하타 아키히로 경제산업상과 회담을 하고 원자력 협력에 관한 문서에 서명했다. 양국 장관은 터키의 원자력발전과 관련한 법·제도의 정비나 인재 육성 등에서 일본이 터키를 지원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터키는 흑해 연안의 시노프 근교에 140만㎾급의 원자력발전소 4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터키 정부는 이 대규모 공사에 200억 달러(약 23조원)를 투입한다. 터키는 2018~2019년 가동을 목표로 6월 한국과 정부 간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교섭을 해 왔으나 지난달 자금 관련 문제로 협상이 결렬돼 일본과 협상을 했다.

 이와 관련,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터키와 일본 정부의 이날 문서 서명은 우리 정부와 터키가 맺은 지난 6월의 MOU 수준”이라며 “협정이 수주 자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본이 터키 원전을 수주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며 “한국이 잠재적 경쟁자가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 일본이 앞으로도 당분간 저가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요르단과의 원자력 협정 체결(9월), 베트남 원전 수주(10월)에 이어 11월에는 태국과도 신규 원전 건설에 관한 기술협정을 맺었다. 이런 성과는 ‘타도 한국’을 외치며 정부가 체계적으로 수주에 나서면서 거두기 시작했다.

 일본 내각부는 부처별로 산재해 있던 인프라 수출확대 정책을 ‘올 재팬(All Japan)’이라는 슬로건 아래 민관 합동 국제 인프라 펀드로 집중시켰고, 2020년까지 3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수주 전쟁에 올인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자본금 1000억 엔 규모의 인프라 펀드는 인프라 수출 전쟁에 투입될 ‘실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같은 ‘올 재팬’ 전략의 첫 성공 사례가 베트남 원전 수주다. 일본은 베트남에 핵연료의 안정적 공급과 사용후 핵연료의 관리, 자금 공급, 인재 관리 등 종합적인 관리를 해 주겠다고 약속해 수주에 성공했다. UAE 원전 수주 당시 한국이 활용했던 방법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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